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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아들 아들 그래 너의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의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그랬구나 오랜만에 아들과 아버지가 길을 걸었다 돌아서서 한 곳을 향해 가는 두 사람 딱 아버지였고 딱 아들이었다 더보기
선물 선물 그녀가 안겨준 꽃다발 속에 그녀가 연분홍 파스텔 톤으로 앉아 있다 그녀가 안겨준 과일 상자 속에 그녀의 고운 향이 바텀 노트로 담겨 있었다 그녀가 건네준 그녀의 기운 속에 그녀의 고른 호흡이 온유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가 전해준 그녀 생의 가락 위에 그녀가 지금껏 만들어 온 운율이 연주하는 통통통통 맑은 물방울을 읊고 있었다 그윽함을 예고하는 고즈넉한 사랑이었다 처음 맛보는 오직 한 번 뿐인 이제 다시 없을 단 한 번의 선물이었다. 오늘~ 그 아이가 왔다. 영원히 함께 하기를~ 더보기
동백 울창하던 그곳 동백 울창하던 그곳 섬의 겨울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글 읽는 내내 느린 파노라마 내 젊음의 시절이 마치 겨자 입힌 덧니 돌출되듯 펼쳐집니다. 우여곡절 삶의 귀퉁이에서 무엇 하나 덧붙여보겠노라고 하냥 지새우던 밤 허우적거리던 빈 허리의 허망함을 담은 액체가 늙은 여인의 쇤 허리 틈에서 다시 샘 솟습니다 그날 서로를 향해 읊었던 안녕의 문장들은 사어가 된 채 앞바다에서 허우적거렸고 이제 눈 앞 메아리로 되돌아오던 서슬퍼런 소망이 허리를 만들지 못한 채 흔들거립니다 그곳 동백이 벌건 이유이겠지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원초적 영역의 죄이자 벌일랑가요 동백을 동백이라 부르지 않고서 봄의 자리를 아직 점령하고 있다고 무작정 겨울을 궁지로 몰던 이를 향한 진인사대천명일까요 당신의 글 속 동백 천지 안에 소박맞은 흰색.. 더보기
옷을 벗자 옷을 벗자 이쯤 되면 훨훨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옷을 벗자 한 겹 두 겹 겹겹으로 내 몸뚱이를 감싸고 있는 포장은 순리에 얽어매어 세월에 구속된 나를 맹목의 권력 의자에서 야멸차게 내던졌다 틈을 꽉 매운 박피들이 학학대며 숨구멍을 뚫어 내 뼛속 피부를 윽박지르고 도무지 견딜 수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내 소리마저 땅속 미궁으로 들이붓는 근본의 힘 그 본체가 무엇이었을까 허울이었다 벗겨지는 것은 허울이 아니었으나 쌓인 것은 허상이었다 두께를 벗기자 무게를 빼내자 부피를 푹 가라앉히자 진짜로 봄이 내게 올까 동백이 만개한 것은 이미 오래된 것 아닌가 동백이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사실 옛날 옛적 일이다 늙은 할머니가 늦은 손주를 낳다가 숨이 멈춘 며느리의 호흡을 으깨고 말았다 한겨울에서 몇 걸음을 건너왔.. 더보기
땅을 향해 나눈 목례 땅을 향해 나눈 목례 종일 굽신 직각으로 두 다리를 굽혀 하릴없는 숨을 쉬고 있는 땅을 향해 목례를 했다 온종일 죄송 마주친 두 손으로 하루를 접고 꼬깃꼬깃 구불거리는 시간을 내장에 담아 이불속으로 들어서면서 내게 물었다 언제 클래 어느 세월에 자랄래 언제나 되어야 또릿해 질 수 있으랴 어디만큼 가면 하늘을 향해 떳떳하게 고개 들 수 있으리오 얼마나 더 걸어 호랑이 장가가는 꿈을 꾸면서 세상만사 김빠진 것에도 함박웃음 너털웃음을 웃을 수 있을거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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