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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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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내 퇴근길에 만났던 길냥이 1

 

 

바람이 한 단계 더 온화해졌다. 어느 정도의 오기를 버린 듯싶다. 어제보다 한 스푼 정도 더 순수해졌다. 말하자면 인간계를 향한 뻘건 화를 조금은 버렸나 보다. 내 살갗에 부딪히는 감이 참 맑고 상쾌하다. 형태도 없이 매 순간 무한 변화로 내게 오는 바람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참 대단하다.

오후 시간이다. 책을 읽는데 잠이 온다. 바로 누워 한 숨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불면으로 인해 일체의 낮잠을 취해서는 안 된다. 오죽하면 거실 벽면에 '제발 눕지 마'를 캘리로 써 붙여 놓았을까. 불면의 생에 낮잠은 금물이다.

오늘은 일기를 색다른 방법으로 써 보기로 한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그때그때 들어와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한두 줄씩 적어보기로 한다.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매미들의 합창이 들린다. 장마가 끝났나 보다. 본격적인 여름이 가동되는가 보다. 좀 더 매미 울음소리 짙어지면 가을로 들어선다는데. 아직 초복을 지났을 뿐인데 매미 소리가 입추를 앞당겨 떠오르게 한다. 아직 중복이 7월 26일, 말복이 8월 15일인데. 올 입추는 8월 7일이다.

우는 매미는 수컷이다. 암컷은 산란을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느라 바쁘다. 안쓰러운 암컷 매미여. 암컷은 혹 사람 손에 잡히더라도 발버둥만 칠 뿐 울 수 없단다. 왜 이토록 암컷들의 생은 발버둥을 쳐야만 하는가.

기록에 의하면 매미는 유교적으로 '5 덕'을 갖고 있다는 칭송도 있다. 문, 청, 염, 검, 신이다. 머리 부분의 줄을 선비들이 매는 갓끈과 연결하여 '문'을, 나무의 수액만 먹고 자라는 깨끗함으로 '청'을, 다른 곡식은 축내지 않는다 하여 '염'을, 부동산( 살 집)에 얽매이지 않으니 '검'을, 계절에 맞춰 오고 간다 하여 '신'을 붙였다. 한편 교활하다느니 청렴한 척하면서 오지게 시끄럽다고 평하기도 한다.

어쨌든 매미의 생은 참 안쓰럽다. 매미는 7년 간의 땅 속 생활 후 단 2주일을 바깥 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친다. 제발 매미들이여. 낮 동안은 괜찮다. 맘껏 울어라. 낮 동안 맘껏 울고 맘껏 나무 구멍에 알을 낳아 번식도 하거라. 그리고 편히 잠에 들거라. 매미들이여. 나 그대들의 생을 잘 알고 있나니. 부디 밤은 편한 잠에 단잠이기를. 

그제 밤과 달리 어젯밤 목욕재계에 머리 감기까지 했기 때문일까. 오늘 온몸의 내면이 어제보다 훨씬 더 말끔하다. 내 현재의 몸 상태를 평가한다면 '단정하고 깔끔한 용모로 가까이 혹은 멀리 있더라도 당신들에게 신선한 향을 듬뿍 냄새 맡게 할 지금'이라고 쓸 것 같다. 온전히 바람의 수훈樹勳이다.

 

 

오늘 아침에도 눈뜨자마자 일어서기를 하지 못했다. 지극히 인간스럽다 치자. 안 된다. 내일을 실천하라, 꼭 실천하라고 나를 다그친다. 5시 30분쯤부터 한참 동안 휴대폰으로 헛 짓거리를 했다. 안 된다. 아하, 최준영 선생님의 수요일 강의 한 편은 들었구나. 에너지 자원? 천연가스?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략? 참 미국이 연결된 내용이었다. 아, 아니다. 제약에 관한 강의였다. 물론 미국의 한 소녀가 연결되기도 했다. 현재 제약에 관한 강의를 2회 차 하고  계시다. 약사 한 분을 모셔 제약산업에 대한 강의를 본격적으로 하고 계신다. 듣다가 멈췄던가 보다. 자세한 내용이 뭐였던가 그리고 제목이 뭐였지. 한심스럽다. 안 된다. 정신 차리자. 내일부터는 꼭 '눈 뜨자마자 일어서기'를 실천하기로 한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온전히 강의 듣기를 꼭 해야 되겠다. 

 

오후 10시가 넘었다. 오늘 한 일을 돌아본다. 

1.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계속 읽고 있다. 4분의 3쯤 읽은 듯. 참 잘 썼다. 나중에 독후감으로~

2. 쑥쑥 멀대같이 자란 화분 둘. 다육이 사촌(이름을 잊었다)의 키를 잘랐다. 언제 몽땅 정리해야 할 텐데 싶어 화초들을 둘러볼 때마다 안타깝다. 관엽들만 두고 모두 없앨 예정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러고 있는가. 이 생각을 한 지 5년은 넘었을 게다.

3. 원피스를 롱치마로 만들었다. 가끔 이런 짓을 한다. 재미있다. 마음에 쏙 든다. 부지런히 입어야지. 

4. 영화 '전망 좋은 방'을 봤다. 고전이다. 현재 봐도 참 괜찮은 영화. 여주가 참 예쁜 영화. 

5. 두 끼 중에 한 끼, 저녁의 내 음식을 내가 만들어 먹었다. 쪄서 넣어둔 밤호박을 올리브유에 납작하게 눕혀 전처럼 데우다가 살라미 치즈를 몽땅 뿌려 피자처럼 해서 먹었다.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옆사람이 쪄 둔 달걀 둘도 함께 먹었구나. 그리고 옆사람의 저녁 메뉴 중 구운 병어 반 마리를 빼앗아 먹었다. 담백한 맛이 입 안과 혀와 이빨들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6. 짬짬이 정전기 부직포 밀걸레질을 했다. 거실 바닥에 부딪히는 발바닥에 와닿는 촉감도 참 깨끗했다. 발바닥과 거실 바닥이 먼지 한 톨 끼지 않고 바로 만나는 기분. 참 개운하다.

7. 홈웨어로 입는 미니 원피스로 마침내 확인된 충격적인 아랫배 라인을 교정하기 위해 틈틈이 '두 발 허리 께로 올려 걷기'를 열심히 했다. 실내 운동도 본 궤도를 찾아야 하는데~

 

 

 

퇴근길에 만났던 길냥이 2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 나를 감시할 존재를 만들어야 되겠다. 그럼 나태한 생활이 좀 바꿔질까?

 

 오늘도 아침 일기가 아니다. 당분간 저녁 일기 혹은 오늘처럼 온종일 일기도 쓸 수 있다. 물론 어느 날은 정신 바짝 차려서 아침 일기를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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