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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나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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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해 봐야지. 나도 해야지.

 

인간계에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까지 마음 편하게 쉬자고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느라 유튜브에서 클래식을 열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알고리즘을 타고 내게 온 오늘의 클래식 첫 장이 임윤찬과 한재민이다. 한재민과 임윤찬이 닮았네. 둘은 음악계의 보물이다. 피아노와 첼로. 핫한 상태를 넘어서서 이미 클래식계의 거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둘의 협연이다.

 

연주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이다. '보칼리제'는 가사가 없다. 허밍이나 소리 모음으로만 연주를 한다. 라흐마니노프가 1912년 작곡한 13개의 곡에 1913년 덧붙진 곡이다. 물론 곡에는 러시아어가 있다. 다만 곡의 흐름이 너무 아름다워 굳이 가사를 입히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곡이라는 판단이 선다. 하여 라흐마니노프 자신도 여러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했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연주된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연주에 어울려 여러 편곡자에 의한 편곡들이 존재한다. 현악기에 의한 연주곡이 많다.

 

'자원봉사 음악회'라는 문구가 쓰인 무대 벽이 보인다. 서울 삼성병원에서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임윤찬과 한재민의 피아노와 첼로이다.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황홀했을까. 부럽다. 아, 내년에는 꼭 사전 정보를 수집하여 나도 저곳에 있어야지 하는 마음을 다진다. 비록 당일은 아닐지라도 그곳 아니 현재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환자에게 이 둘의 아름다운 음의 모음이 전달되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 그리고 어서 나아, 기적처럼 회복하여 집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호라, 몇 분 안 되는 조각인데도 가만 들여다보니 이 친구들 눈두덩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는 살집 모양새가 닮았다. 하, 입꼬리에 흐르는 선도 닮았구나. 자기 힘을 내려놓고 철저하게 상대의 연주와 조화를 꿈꾸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닮았구나. 보는 내내 마치 친형제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둘의 손가락 표정이 닮았구나.

 

나도 해보고 싶다. 나도 해 봐야지. 자원봉사를 좀 하고 싶다. 그래, 곧~, 시작하자. 나는 어떤 내용의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까. 꼭 해야지. 나를 나누는 기쁨을 나도 꼭 만나봐야지.

 


쉬는 날이다. 

 

화초. 내 집에서 나와 함께 동거하는 화초들, 그들의 겨울 리듬에 맞춰지는 물주기 방식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에는 극히 건조해지기 때문에 화초에 물을 주게 되는 기간이 길다. 오늘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류에 물을 공급하는 날이다. 이름하여 1.5주에 물을 주는 아이들.

 

녀석들이 입을 벌리고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아홉 시가 되기 전에 이불 속을 나왔다. 내가 가진 화초의 2분의 1이 넘게 오늘 물을 줘야 한다. 운동이다 생각하고 물 조리개를 이용했다. 파릇파릇. 봄을 상징하는 색채를 드러내는 의태어들이 떠올랐다. 움이 트는 소리도 들렸다. 곧게 뿌리 내리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식물의 소리, 파란 소리가 들렸다. 그래, 봄이구나.(오늘 중부, 서울 부근은 흰 눈이 '펑펑'이라는데~, 중부지방에서 군 복무를 하는 아이에게는 '화이팅'을 어서 외쳐야 되는데~.)

 

반쯤 물을 주던 즈음 떠오르는 생각이 혹 오늘 물을 줘야 하는 날이 아니지 않는가 싶어졌다. 잠시 멈춰서서 엊그제 일요일을 떠올렸다. 그날 내가 뭘 했지? 떠오르지 않았다. 일기를 봐야지 생각하다가 맘이 급해져서 남자에게 물었다.

"엊그제 일요일에 뭐 했음요?"

"나? 여기 없었는데? 거기 갔잖아."

"내가 일요일에 뭘 했을까? 혹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았나?"

"글쎄, 내가 어찌 알 것이요? 잘 생각해 보길~"

 

결국 일기를 펼쳤다. 이곳 블로그에 와서 그날 쓴 내용을 보는데 나의 일요일 행적 전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그날 비가 내렸나 보다. 가만 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비가 오던 날에 긴 호스를 펼쳐서 화분에 물을 줬던 기억이 최근에는 없다. 다행이다.

 

자, 마음먹은 대로 오늘은 푹 쉬자. 어젯밤에는 일찍 잠에 들어 거짓말을 보태 수십 번을 눈을 떴다 감았다가를 했지만 제법 잘 잤다. 지금 몸이 참 가볍다. 남은 시간 책도 좀 일고 영화도 보고 다큐도 보고. 화초들의 몸에서 시들어버린 잎도 떼어주면서 예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잘 쉬자. 욕심은 모두 내려놓고~

 


오후 내내 넷플릭스에서 <살인자 o 난감> 시리즈를 봤다. 무서웠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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