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나에게 무한 자유를 허락하였다.
그제 밤, 녹진하게 자려던 밤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어제도 평일 아침처럼 시작했다. 몸과 마음에 축적되어 있던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오늘, 일요일은 꼭 긴 아침잠까지 다리 쭉 펴고 자고 싶었다. 여섯 시 기상 알람을 좀 꺼두고 잘 것을 그러지를 못했다. 결국 일요일인 오늘 아침도 여섯 시 기상 알람에 눈을 떴다.
이불속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눈은 떠 있더라도 이불속 꼼지락 장난을 더 하고 싶었다. 그냥 늘어지게 하루를 살고 싶었다. 무작정 느슨해진 채로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내게 무한 자유를 허락한 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결국 누워서 영화 보기가 오늘 첫 일정이 되었다. 무슨 일로 '조니 뎁'이 떠올랐을까. 이런, 그 원인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 떠올랐다. 어제 종일 넷플릭스로 살고난 후 넷플릭스의 '심리물' 영화 검색을 마구 하던 차 검색어에 입력된 몇 영화 제목들이 그를 불러왔다. 그가 출연한 영화 <트랜센더스>가 컴퓨터 모니터에 불려 나와 있었다.
정작 영화를 보자고 작정한 것은 '조니 뎁'이 아니라 감독 '윌리 피스터'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의 촬영감독이었다. <트랜센더스>는 그의 최초 작품이었다. 궁금했다. 그토록 멋진 영화를 촬영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멋진 영화를 만들어냈으리라 여겨졌다. 메가 tv의 평점도 5점 만점에 4점을 넘어서지 않았나?
늘어져서 영화를 보자. 늘 소화기 장애 치다꺼리를 하느라, 늘 불면을 벗어나고자 눈만 뜨면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몸을 사려왔다. 웃긴 것이 내게는 몸사림이 몸조심이 아니고 마구 부리기였다. 안쓰러웠다. 지난주 된통 치러야 했던 큰 행사 끝에 쌓인 몸과 마음의 긴장을 남김없이 탈탈 털어버리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주말을 나뒹굴고 싶어졌다.
영화는, 이제 내 나이에 보는 영화는 죄다 '그렇고 그런 빤한 내용'이기 일쑤인데, 즉 내 시선을 두 시간여 긴장감을 지닌 채 고정하게 하기가 어려운데 이 영화는 대체로 붙잡고 있었다.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접수한 슈퍼 컴퓨터를 부린 인간이 결국 그러한 능력을 지닌 슈퍼 컴퓨터를 만들고는 그것에 의해 짓밟히고 마는 상황을 그린 영화였다. '조니 뎁'이나 '모건 프리먼'보다 '조니 뎁'이 사랑하는 여자로 나오는 '레베카 홀'과 '조니 뎁'의 친구 역인 '폴 베타니'의 연기가 더 두드러진 듯싶었다. 내용의 앞뒤 연결이 부드럽지도 못했고 기대했던 촬영 부문도 탄탄하지 못한 스토리로 인해 크게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내가 매긴 평점은 5점 만점에 3.5 정도?
영화 중간에 일어나 난방을 하지 않은 채 지압판을 걸었던 것이 무리였다. 두 발이 얼어붙었다. 영화 엔딩 부분에서 이불속에 몸을 집어넣고 두 발 난방 마사지 판을 이용한 것이 그만 잠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안경을 낀 채, 영화를 보던 차림 그대로 누워 낮잠을 잤다. 두 발에 열판의 힘이 붙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잠에 빠져들었다. 이런 잠을, 밤에 좀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낮잠은 40여 분이었다. 달콤했다. 더 자고 싶은 것을 오늘 밤 수면을 위해서 일어났다. 이런 낮잠을 잔 것이 아마 최근 6년 동안에는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젖어보는 인간다움이었다.
늦은 점심을 김치찌개로 해결했다. 적당히 익은 김치에 넓고 길고 두꺼운 돼지고기 전지살이 먹음직스러웠다. 걱정스러울 만큼 많은 양의 밥을 먹었다. 그리하여 오후 내내 서서 생활하기를 또 진행해야 했다. 실내운동을 병행하면서. 두 번쯤은 봤을 영화 <프리퀀시>를 다시 또 한 번 시청하였다. ebs 일요 영화였다. 볼 때마다 명화임을 확실히 느낀다. 나의 다음 생은 꼭 영화감독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영화 리스트 50 안에는 들어있는 영화이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정치, 경제 관련 정세를 논하는 강의 몇을 들었다. 반신욕을 하는 동안 일백 페이지의 독서도 했다. 뭐, 대단한 일탈의 날은 아니었지만 하루를 부딪히는 대로 살아보는 재미를 오랜만에 누렸다. 음식도 이것저것에, BURRATA치즈까지 더해서 겁 없이 섭취했다. 그래, 하루 정도 제멋대로 살았다고 한들 몸 어디 부러지지는 않으리라.
지금은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다. 잠의 여신이 내 몸에 들러붙기 전까지는 실내운동을 하면서, 혹은 지압 판 위를 걸으면서 영화 감상을 한 편 더 한다든지, 독서를 한다든지, 혹은 그리던 그림을 마저 그리면서 하루를 마치기로 하자.
모두들 잘 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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