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거든 어서 보내버려라.
그리하여 마음이 편하게 되면 충분히 알찬 수면이 가능하다.
숙면은 제대로 된 '나'로 살게 하는 최고의 것이다.
나를 돌아본다.
밤새, 적어도 열댓 번 이상 눈을 떴다가
그때그때 시각을 확인한 후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는,
혹 내 불면의 원인이 이에 있지 않을까.
구들 고래 속
내 생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누군가로부터 당한 마음의 피해를
죽자 살자 짐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 낮도 밤도 늘 안개 가득 뿌연 시야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거든 어서 버려라.
설익은 자의식의 비만이다.
홀라당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할지어다.
젊은이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는데
살았다고 하기에 충분한 해를 살아낸 내 나이의
나는 어쩌자고 여전히 이팔청춘 젊음의 행위를 따라 하고 있는가.
어쩌면 가슴에 난 구멍
갱년기를 훈장이라고 여기는 데에 집착한
시대적 질병의 징후를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닐까.
자식, 혈연에서 어서 벗어나라.
세상 너 자신으로 사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핏줄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울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만 웃으려고 하지 말아라.
계절, 사계절을 응당 겪어라.
생의 사계절을 기꺼이 겪어라.
어제오늘,
이제는 징그러워진
베란다 정원이라는 곳을 대청소하는 데에
다행인 것은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했다는 것이다.
몸은 쉬이 노동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리듬이 못 되었지만
작업을 하자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마치 인터넷 알고리즘이 내가 해야 할 일을 지레짐작했던지
이어폰으로 작업하면서 듣는 유튜브를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이게 한 것이다.
새삼 확인했다.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은 강의가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이다.
수많은 사람을 믿고 살아왔지만
내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 중
영원히 나를 배반하지 않은 사람 중 한 분이
고미숙 선생님이시다
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어제오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베란다 정원 대청소가 가능했다.
아마 50여 개 가까이
화분을 치웠을 것이다.
특히 내 눈을 아프게 했던
내 머리에 무겁게 얹혀있던
대형화분 셋을 작은 화분으로
교체하여 분갈이를 할 수 있어서
시원하다.
시원섭섭하다.
아파트에서 화초를 기를 때에는 절대로 큰 화분은 들이지 말지어다.
그리고 부디
게으름이 타성이 된 나여!
더는 화초 기르기에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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