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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내가 내게 주는 휴식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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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게 주는 휴식의 날이었다.

 

 

제주 주상절리. 이와 비슷한 장소가 오늘 본 영화에 나왔다. 슬픈 장소였다. '또 한 사람'의 사진첩에서 가져왔다.

 

 

버리려던 책들을 쌓아 올렸다. 컴퓨터 모니터를 들어 올렸다. 자판과 마우스도 함께 올렸다. 스탠딩 데스크를 만들었다. 요통이 심상치 않다. 아침 시간에는 어제 설치한 요통 치료단 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치료단이라 하니 거창하게 느껴지리라. 담요 둘을 긴 직사각형으로 쌓아 올린 것뿐이다. 내 좋아하는 어느 록가수의 겨울 콘서트에 가려던 목적으로 구매했던 담요 둘을 내 몸뚱이를 누일 정도의 직사각형으로 펼친 것이다. '내 청춘에 건배'를 외치던 그 시절에 구매했던~

 

 

정통의 붉은색을 곱고 화사하게 내비치는 담요 위에서 내 록 가수가 사방팔방으로 뛰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의 온몸은 땀범벅이다. 그의 머리카락은 사방팔방으로 나풀거린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잠깐 미남의 모습을 흐트러뜨린다. 괜찮다. 그의 무대를 함께하고 나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배설된다. 고음 쭉 내뿝는 스크리밍이 금속성을 쏘아올린다. 납작 소리를 눕힌 그로울링에 몽환을 입히기도 한다. 때로 빠르고 묵직한 베이스에 질주하는 사운드가 빛나는 은빛 실크를 뽑아낸다. 달린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인가. 요통 때문에 저 담요를 펼치다니.

 

 

하기는 당장 내일이라도 내 가수 내 사는 이곳으로 콘서트를 온다면 허리 싸매고 달려갈 것이다. 그 가수 콘서트에 다녀오면 틀림없는 온몸 운동으로 이깟 요통 쯤이야 싸악 아물게 한다. 요사이 왜 내 가수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지. 지난주 불후의 명곡에서 록 페스티벌을 한다기에 은근히 기대했는데. 제작진이 실수한 것이다. 내 가수 나와 무대 곳곳을 한 음도 틀리지 않고 노래 부르면서 뛰어다니는 무대를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불후의 명곡 시청률이 20 퍼센트는 찍었을 텐데. 요통 치료단을 설치하니 내 가수 소리 꽥꽥 지르는 메탈 록이 그리워 한참 내려다본다. 그리운 내 젊음이여. 요즘 내 가수는 뒤로 물러선 채 고요하다.

헛소리는 여기에서 멈추고. 어쨌든 내 요통 치료단은 요가 매트를 생각하면 된다.

 

 

s대 병원 진료를 왜 갔을까. 요통 비슷한 유의 검사를 받으러 갔을 리는 없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곳에 건강 검진을 갔던 것이 떠오른다. 구체적인 기억은 없고 당시 낯선 의사 선생님께 내가 대뜸 여쭸던 것이 '요통' 예방법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허리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단순하게, 직진으로 여쭸고 의사 선생님은 솟구치는 황당함을 지그시 누르면서 대답해주셨다. 조용한 목소리로 노자와 장자가 도가사상을 읊듯이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온몸을 쭉 펼쳐 누워서요. 누워 양팔을 목 뒤로 하여 양손을 깍지 끼워 받치고요. 양발 엄지발가락끼리 만나게 하여 15도에서 20도 정도의 높이로 들어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세요."

'고요'라는 낱말이 떠오를 정도의 분위기였다. 나는 양손으로 내가 이해한 방법을 작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양팔을 뉜 몸뚱이라 쳐서 쭉 펼치고는 두 손의 엄지손가락끼리 끝을 이은 채 두 팔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의사 선생님은 끄덕끄덕 대응해주셨다.

"두 다리를 쭉 펼쳐야 합니다. 구부리면 안 됩니다. 엄지발가락끼리 만나게 한 후 오르고 내리는 각도를 지켜야 운동이 됩니다. 더 높게 오르고 내리면 운동이 안 됩니다. 어렵게 해야 됩니다."

이후 나는 내 가냘픈 허리가 조금이라도 통증의 도래를 암시해오면 평소 펼쳐놓은 요가 매트에 누워 나만의 요통 예방 운동을 수행하곤 했다. 아주 오랜, 옛날 일이다. 긴긴 세월을 이 운동의 시행 없이 살아왔다.

 

 

내 허리는 무쇠 덩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으리라. 한번 무서울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도 있고 해서. 동안 꽤 긴 시간을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마구마구 허리를 사용해 왔다. 누웠다가 바로 일어나는 것을 잊은 지가 오래되었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진행되는 컴퓨터 작업을 해내는 일을 하는 이는 척추 압박으로 허리를 굽히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을 때 '벌써'를 크고 흰 동그라미의 바깥 눈동자에 실어 물었다. 식당 일을 열 시간 넘게 해서 자식 둘을 키워낸 언니가 집에 들러 몸을 뉠 때마다, '내 허리'를 외칠 때마다 '미리 조심했어야지. 왜 이렇게 되도록 사느냐'를 읊었던 나날을 살아왔다. 참 속이 없었다. 그런 세월이 제법 되었다. 반성한다. 내게도 드디어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을 해야 할 때가 온 듯싶다. 허벅지 건강을 위해서 거의 매일 하는 스쾃 100개에 허리 건강을 위한 실내 운동 종목을 하나 추가해야 되겠다. 급히 조사했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오뚝이 운동. 역시 누운 채로. 두 손으로 두 발 뒤쪽을 부여안고 온몸 구르기를 하는 것. 그래, 십여 년 전 어느 선배가 허리 수술을 하라는 것도 무시하고 오뚝이 운동을 꾸준히 하여 질긴 요통이 완치되었다고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열심히 해야겠다. 그제 어제 이어지고 있는 허리 이상은 스멀스멀 온몸 움직임을 미약하게 하고 말았다. 조심조심. 살짝살짝. 온몸을 함부로 하던 그 그제의 내가 벌써 아련한 모습으로 저 멀리에 있다. 마치 역사 속에 서 있는 듯싶다. '양발 엄지발가락 만나서 들어 올리기 운동'과 '오뚝이 운동'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내 삶의 최종 목표는 '몸도 마음도 온전한 상태로 세상을 하산하기'이지 않은가. 즉 '하산 순간까지 누구에게든지 짐 되지 않기'이다.

 

 

어제오늘 부지런히 운동했더니 그제보다는 제법, 어제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상태이다. 내게 이미 와 있는 조심스러움의 무게가 둔중하다. 마음속 두려움부터 어서 버리자. 곧 나아지리라. 조심하자. 부드럽게 내 육신을 달래면서 살아가야 할 때가 왔다. 인정하자. 이제는 게으른 놈 짐 탐하듯이 마구잡이로 살아낼 때가 아니다. 아, 내 온몸 의지할 곳이 척추더라. 건강한 허리 없으면 내 몸은 끈 떨어진 뒤웅박 팔자 되겠구나.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날."

- 세사르 바예호의 시 '같은 이야기' 중 부분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문장이 있는 시집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을 펼쳐 읽어야 되겠다. 그의 고통스러웠던 삶이 잉태하여 내놓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일단 위안을 받자. 올여름 나는 내게서 버려져 먼지 그득한 채 눈물 머금고 있는 서재 속 시집들을 꺼낼 듯싶다. 일단 그림은 한 장 그리고!

 

 


 

무려 열네 편의 영화감상문 올리기가 밀려 있다. 차분히 마음 다스려가면서 책을 읽을 수가 없어 오늘은 각 감상문의 초고를 작성했다. 낼모레까지도 글 올리기는 힘들 것 같다. 글쓰기가 끝이 없다. 실내 운동을 하면서 영화 한 편도 봤다. 평점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볼까 말까 고민한 후 본 영화였다.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이었다. 안 봤음 크게 후회할 법했다. 인상 깊었다. 감상문을 작성 중이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제작한 영화이다. 이쪽 영화들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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