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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닿을 수 없는 존재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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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존재의 변

 

번식도 성장도 너무 쉬워서 내 거실에는 열 넘게 자리한다. 산세베리아? 아니다. 스파트 필름! 그래, 2세대이다.

 

 

 

나 다름 아니오라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

당신 구역에 너무 많은 숫자로 존재한다는 이유

당신이 마련한 온기 속에 내 숨을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

당신의 호흡 안내 내 생명의 기운 묻혀 있다는 지문

당신의 저린 다리 위에 내 기침이 얹혀져 있다는 자욱

이런 저런 나의 여럿 나의 여러 모양새로 당신의 거죽 위에 쉬게 해준다는 변명으로 당신은 

애당초 숫자에 감을 느끼지 못하는 생으로 인해 그럭저럭 사는 당신은

길가 잡풀들에게 주는 눈길조차

내게는 단 한 번도 주지 않더이다

하여 내 어미가 피운 꽃 벌써 스러져가고

다음 한 세대를 대표하여 내 꿈을 시작한 나

이렇게 찬란한 백색의 미 뽐내는데도

당신은 따뜻한 말 한 마디 던져주질 않았고

당신의 영혼 단 한 번도

내게 마음 열지 않더이다

 

천명이라

당신이 추앙하는 하늘의 운

내게 못 미침이라 하자고 새김질을 해보았으나

내 어미가 피운 꽃의 쇠락을 보고 나니

아니올시다

이것은 아니올시다

오늘 당신에게 마지막 신호를 보내노니

하 이무러워 임의러워 한 마디

나 여기 이렇게 있소

차마 할 수도 없어

당신 쪽으로 내가 피운 꽃 긴 목 두드려 누워 

내 온몸을 당신을 향해 전시하오니

당신의 요란한 생

얼기설기 간수해 온 당신 뇌세포의 그물망에 

내 당신의 뼈를 닮은 모양으로 태어난 꽃이라는 이름의 몸체

어찌 당신 시계에 잡힐 운명이라도 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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