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 하루 나의 저녁 식사 주식!
지난주 남자가 며칠 없었다. 랄랄랄랄랄라. 뭐 그냥, 퇴근하면 드넓은 공간을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어 기뻤다. 함께 있다고 해서 단 한 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으름장을 놓는 사람이 아닌데 왜 나는 나 혼자 있는 것이 이리 좋을까. ㅋㅋㅋㅋㅋ
어쨌든 무척 바쁜 요즘. 지난주 수요일이었을 거다. 퇴근했다. 보다더 이른 아침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퇴근길을 힘들게 걸었다. 무대뽀로 몸을 움직였다. 요즈음 최선의 몸 움직임이 필요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바로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대형 식자재 마트를 들르지 않고 잘 걸렀다. 들어갔다면 분명 나는 달달한 '삼립 카스테라'를 사 들고 집으로 갔을 거다. 세 개 짜리 한 봉인데 아마 그날 밤 두 개는 먹었을 거다. 마음 크게 먹고 잘 걸렀다. 몸 열심히 움직여 집에 도착했다.
마음이 바빴다.
'대충 먹자. 제발 적당히 먹자.'
손위 언니가 내려와 있었던 서너 달 동안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늘었다. 배로만 살이 붙었다. 씻으려고 알몸으로 서서 욕실 거울 앞에 서면 끔찍했다. 동그랗게 원형의 둘레를 드러내는 불뚝 배가 딱 임신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요즘 실내운동까지 빼지 않고 하려고 무척 애쓴다. 한데 도무지 배가 들어갈 기세가 아니다. 오뚝! 오뚝이의 아랫단 형태로 떡하니 버티고 있다.
성깔 사나운 나는 나온 배를 견딜 수 없다. 도저히 이대로 내 몸에 달고는 살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라는 것으로 고정시켜 내 정신이 반응한다.
'이것 참 숨을 쉴 수 없군. 이게 뭐람. 어쩌자고 이러도록 (쳐)먹었을까.'
스스로 냉정하게 생각이 골라지도록 두툼한 뱃살을 편 편으로 치면서 나를 나무라는데 이거 원 함께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딱 눈 뜨고 일어나 점심시간 이전까지만 배가 내 배 같다. 그때까지는 허리 둘레 25사이즈를 그래도 유지한다.(본래 내 허리 사이즈는 24.5였다.) 점심 식사 후 잠에 들 때까지 나머지 눈을 뜨고 있는 시각 전부, 내 정신이 산처럼 붙어있는 배를 견딜 수 없어 아우성이다.
'이게 뭐야. 이게 사람 배야? 짐승의 배인 것 아냐?'
더군다나 바쁜 일까지 추가되어 마음 놓고 운동하는 시간마저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왕짜증이다. 그런 식의 나날을 보내던 즈음, 지난주, 남자가 없던 날. 수요일. 한 주일의 한중간인 수요일이었다. 집에 들어섰는데 남자가 떠나면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밥솥에 두 끼니 밥 있어. 먹어서 없애. 꼭!"
그래, 나를 염두에 둔 그의 말 중 두 끼니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딱 한 끼니 남은 양의 밥만 김치에다가 먹고 치우자. 김치에 묵은 밥 한 끼 분. 요플레에 청국장 가루 두 스푼을 타서 먹는 것으로 오늘 저녁 한 끼니를 치르자. 부엌으로 들어섰다. 월요일에 한 끼니를 먹었으니 한 끼니의 밥만 남아있을 거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어서 부른 배를 좀 꺼지게 하자. 이대로는 안 된다.
밥솥을 열었다.
'오, 오우, 오우, 오우 마이 가 - ㄷ.'
생각해 보니 남자가 내게 남은 두 끼니 밥을 먹어 해치우라고 한 말은 지난주, 아니 지지난 주 목요일 밤이었다. 남자는 금요일 아침에 나가 이후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남은 두 끼니 중 한 끼니를 월요일 저녁에 먹고 남은 한 끼를 수요일 저녁에 발견했다. 생각해 보니 월요일 저녁 한 끼니의 밥도 심상치 않았었다. 화요일 밤에는 꼭 먹어야겠다고 했던 것을 어찌어찌해서 다른 방법의 식사로 넘겼나 보다. 그날 밤 남자가 오는 날이었던가. 어서 먹어치워야 한다.
위 모양 이 꼴이었다. 그냥 먹었다. 꼭꼭 씹어서 부추김치에 먹었다. 내가 보는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처럼 먹었다. 조리대 옆에 서서 밥솥째 먹었다. 그럭저럭 먹었다. 푸하하하. 시장이 반찬이라고는 하지만. 점심을 워낙 풍성하게 먹어 그다지 시장하지도 않은데. 고백하건데, 물론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는 했다. 가난을 살았던 세대이니 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떡하냐. 이 정도인 것을. 이렇게 먹고 산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변명삼아 주장한다.
'나는 이래 봬도 물질로 살지 않는다네. 정신으로 산다네. 나는 다시 살면 디오게네스를 살아보려고 한다오.'
별 똥강아지 같은 생각을 하는데도 당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실은 무심하게 먹어치웠다. 그 끼니를 해결해야만 하루를 사는 것이라는 필수 요소로 생각했던 것일까.
이리하여 지나간 날의 일기를 오늘에 와서야 한 편 썼네. 썼다네. 꼭 쓰고 싶었다네. 사실은 오늘 이곳에 올리려고 무려 네 편의 글을 썼다네. 차근차근 올리기로 하고.
어이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를 봐야 하는데. 끝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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