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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대여섯 시간의 유튜브 강의와 영화 한 편으로 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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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시간의 유튜브 강의와 영화 한 편으로 휴일을~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인터넷 서점 '예스 24'에서 가져옴

 

뜻밖의 휴일, 지난주 월요일까지 오늘이 쉬는 날임을 알지 못했던 터라 큰(?) 집에 나 혼자 있는 아침이 불안했다. 새벽녘 서너 번을 잤다가 깼다가를 반복했다. 긴한 약속에 늦을까 봐 안달이 난 사람처럼 몇 번을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를 한 후에야 오늘이 휴일임을 마침내 깨우쳤다. 아, 쉬는 날이로구나. 

 

어젯밤 아날로그형의 공책 일기에서도 썼던 다짐을 홀라당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했다, 오늘 아침도. 휴대폰으로 여러 잡뉴스를 읽었다. 단 한 토막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가만 마음 다잡고 떠올려보면 어찌 떠오르는 것이 없지 않겠냐만, 아서라. 휴일 아침이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서 검색하는 뉴스 질을 이제는 그만하자.

 

다행인 것은 여덟 시가 되기 전에 아마 어제와 그제 듣던 강의를 떠올렸다. '파친코' 관련 강의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관련 강의였다. 하우저의 책 관련 강의는 2부에서 멈춰있었다. 애타는 심정으로 다음 강의들을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이 책을 꽤 열심히 정독했던, 젊은 나에게 제법 큰 느낌을 가져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실루엣으로. 불행히도. 이젠 그 속살을 다 잊어버린 채 말이다.

 

 

이민진 작 '파친코' 인터넷 서점 '예스 24'에서 가져옴

 

 

드라마로 소화했던 <파친코> 관련 강의를 들었다. 네 개의 강의이다. 뜻밖에 이 드라마는 일 년이 지났는데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심지어 강의 중 등장하는 장면과 장면들이 생생하다. 나의 뇌리에 꽤 깊게 새겨졌다는 것이다. 유튜브 <일당백>의 정박 선생님의 강의는 늘 내 영혼을 한껏 살찌운다. 세상에나, 이렇게도 수많은 지식과 상식과 지혜까지 안고 사시는 정박 님의 머리는 얼마나 무거우실까. 후훗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한 버도 해 본 적이 없는 별풍선을 쏘아드릴까도 생각하게 하신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책 내용과 깊은 관련이 느껴진다. 문학은 곧 사회사이자 인류사이다. 일제 말 식민지 상황의 조선을 또렷하게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늘 잊어버리고 사는 까닭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해 주시는 선생님의 강의가 얼마나 고마운지. 아울러 강의 시간을 무겁지 않게 하는 데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정영진, 정프로. 성우 이지선의 감초 역할도 참 따뜻하다. 

 

영화를 봤다. 어제 이곳에 올린 영화 '여인의 초상' 홈피에서 소개받은~. '나쁜 사랑'이었다. 철저하게 프랑스영화다운 영화. 샤를로뜨 갱스부르 주연이었다. 한없이 자연스러운, 자기 일상을 그대로 필름에 담은 듯 참 아름다운 여자. 금방 일어났다가,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잠옷에 외투 하나 훌쩍 걸쳐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듯한 그녀. 그럼에도 늘 참 연기를 펼치는 그녀. 그녀를 볼 때마다 '저 여자는 이 세상에서 몇 번째 가지 않게, 참 곱게 늙을 거야.'를 생각하게 하는 여자. 그녀의 영화였다.

 

강의를 들으면서 흔히 투 잡(?)을 뛰는데 언젠가부터 강의에만 집중하는 나를 발견한다. 습관으로 굳어지기를 바라면서도 한편 슬프다. 강의 내용의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강의 중 투 잡을 행하게 한 원인 중 큰 것이다. 사실은 이제 마음 편하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늘 바빴다. 주말 아침이면 온전히 뜬 눈으로 세상 쓸데없는 뉴스 읽기에 시간 낭비를 하면서도 또 강의를 들을 때면 투잡으로 바쁘다. 나는 참 인간답다. 모순을 제대로 실천해 대는 나이니까. 뉴스 읽기부터 멈춰야 하지 않겠는가. 

 

포기 순서를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안의 저 아래에서 이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짐짓 하고 있을 것이다. 더는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다. 이 나이에 무엇을 새삼스럽게 더 배우겠다고 나댈 일인가. 순응하는 거다. 차분하게, 천천히 내 나이를 받아들이는 거다. 모호함을 전혀 부끄러움 없이 사는 한편 심중의 나는 이젠 내려놓을 나이라며 나를 어루만지고 있다는 거다. 한편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이 또한 순리인 것을 어쩌랴.

 

휴일 이틀을 혼자 지냈다. 나만 빼놓고 모두 바쁜데 나는 나 혼자 점유하는 공간의 주말이 참 좋으니 다행이다. 잠시 후 주중 거주하는 손위 언니가 한양 땅에서 내려온다. 휴일, 나름 멋진 휴일을 보내고 귀가하는 남자가 터미널에서 언니를 픽업해 오겠다고 한다. 돼지고기 요리를 해서 내 입에 넣게 하겠다니 고맙다. 날이 저물어간다. 어쨌든 오월이다. 하늘에는 줄곧 푸르름이 전시될 수 있을까.

 

어쨌든 유튜브 <일당백> 정박 선생님의 강의는 현재 내 지식의 보물 창고이다. 혼자서의 나를 즐기면서 살 수 있게 해주시는 것에 늘 감사한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다시 한번 읽을 참이다. '파친코'도 글로 읽을 참이다. 다시 바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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