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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가, 거울 속 나인가.
하늘과 땅을
바다와 하늘을
집과 거리를
자동차와 배를
산과 숲을
나무와 전봇대를
자전거와 두 다리를
항아리와 자기 머리통을
배와 호박을
지게와 가방을
두 눈과 파리똥을
거뭇거뭇 매운 연기와 방글방글 지린 햇볕을
열 손가락과 메밀국수를
컴퓨터 모니터와 장기판을
눈동자와 마우스를
양푼과 돼지똥을
콩팥과 곰 발바닥을
숨통과 여물통을
이고 지고
지고 이고
하늘로 치솟으려는 사람이 있었다.
나일까, 거울 속 나일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지은 죄인가, 거울 속 내가 지은 죄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다.
불쑥 일 만들고
벌건 거죽 옆에 버젓이 앉아
드러난 나의 죄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를
두 눈 똑바로 뜨고
점쳐보는 사람이 있었다.
삼신 할멈 머리끄덩이 잡고
무당춤 추려는 사람이 있었다.
느닷없이 이상의 시 거울을 떠올려야 했던 오후였다.
거울 속 이상을 떠올리게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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