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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숨통과 여물통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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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가, 거울 속 나인가.

 

 

나일까, 거울 속 나일까.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하늘과 땅을

바다와 하늘을

집과 거리를

자동차와 배를

산과 숲을

나무와 전봇대를

자전거와 두 다리를

항아리와 자기 머리통을

배와 호박을

지게와 가방을

두 눈과 파리똥을

거뭇거뭇 매운 연기와 방글방글 지린 햇볕을

열 손가락과 메밀국수를

컴퓨터 모니터와 장기판을

눈동자와 마우스를

양푼과 돼지똥을

콩팥과 곰 발바닥을

숨통과 여물통을

 

이고 지고

지고 이고

하늘로 치솟으려는 사람이 있었다.

 

나일까, 거울 속 나일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지은 죄인가, 거울 속 내가 지은 죄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었다.

불쑥 일 만들고

벌건 거죽 옆에 버젓이 앉아

드러난 나의 죄가 진짜인지 거짓인지를

두 눈 똑바로 뜨고

점쳐보는 사람이 있었다.

 

삼신 할멈 머리끄덩이 잡고

무당춤 추려는 사람이 있었다.

 

느닷없이 이상의 시 거울을 떠올려야 했던 오후였다.

거울 속 이상을 떠올리게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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