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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드디어 웃음꽃을 피우면서 대화를 했다 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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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내가 왜 이런 생을 살아야만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수없이 하게 했던 한 인간과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곧 그를 '증오'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나는 기필코 '증오'를 하리라 다짐하곤 했다. 절대로, 절대로, 영원히, 영원히 그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나는 그에게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나는 절대로 그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당당했고 나는 떴떴했다. 내 그 인간을 위해 시시콜콜 매일매일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도를 했던가. 그러므로 나는 이제 참을 만큼 참고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으므로 내 영혼 속에서 그를 지끈지끈 밟아대며 그의 뇌를 갈기갈기 찢으면서 내 분노, 올들어 그가 내게 씌운 악덕을 짓이기리라 다짐하던 차. 

 

'짐승보다 못한 인간'

오늘 오전 어느 때 에 내가 그 인간에게 퍼부은 외침이었다. 

 

오늘 오후 그의 주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또 다른 '그'를 꿰고 자리를 비집고 들어섰다. 부드럽게 웃는 모습으로. 인간인지라, 나는 그래야 할 위치였으므로 기꺼이 그를 잡아당겨 앉혔다. 내 수없이 시도했던 간절한 부름에도 단 한번 제대로 답 한번 하지 않던 그가 웃으면서 그 자리 한 틈새에 끼어 앉아 자리를 잡았다. 음식까지 시켜 먹이면서 나는 '누구야, 인간아, 이 인간아'를 수없이 불렀다. 수천만 번 부르면서 달래고 달래고 또 달랬다. 그가 끝까지 웃음을 놓지 않고 내 대화의 시도에 반응을 했다. 

 

내일부터는 우리 서로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받아냈다. 

 

너무나 긴 나날이었다. 나는 가끔 그가 '차라리 ~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솔직히 그랬다.

 

그런데 마침내 드디어 웃음꽃을 피우면서 대화를 했다.

 

일종의 합의도 봤다.

 

아, 대체 인간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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