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라!
내 금요일 오후와 저녁을 즐기는 이유는
먼저 내일 출근을 위해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된다. 평소 운동 겸 산책으로 느린 걸음 퇴근을 하면 여섯 시 가까이 된다. 바로 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식사 후 바로 씻기가 그래서 조금 쉰다는 것이 아홉, 열 시가 되곤 한다. 매일 하기로 작심한 누드 크로키를 붙잡으면 금방 서너 시간이 간다. 속성 누드 크로키가 아니라 하고 보면 제법 정밀스러운 묘한 크로키, 소묘로 진행되곤 한다. 하여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으로 계획한 반신욕 테마의 씻기는 열한 시, 혹은 가끔 열두 시 가까이 끝나기도 하는데 금요일을 그 반신욕 테마 모두를 쉰다. 머리 질끈 동여맨 똥머리로 올리고 가벼운 샤워 식의 씻기로 끝난다. 그 기분이 참 묘하게 가볍다. 좋다.
둘째 내 좋아하는 음악들을 여유를 부리면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발라드에서 메탈에 이르기까지의 록 음악들이며 정통에 퓨전을 더한 팬텀싱어(jtbc남성 사중창단 선발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류의 어쨌든 클래식이며 진짜 귀한 나를 위해 모짜르트 레퀴엠이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류의 정통 클래식까지 온통 풀린 몸과 마음으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어 참 좋다.
셋째 수면 시간을 걱정하지 않고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최근 사오 년을 나는 '영화' 있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육신과 영혼을 잘근잘근 씹어먹고 있는 혐오와 분노의 찌끄레기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영화이다. 한때 독서로 견뎌내기도 했으나 분노가 극에 달하고 혐오가 최극단에 깃발을 꽂아 내 정수리를 가격해 오자 나는 그만 그토록 좋아하던 독서에서도 손을 놓았다. 가끔 이렇게 된 내가 참 슬프고 안쓰러워 눈물이 흐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영화보기로 최악의 시간들을 흘려 보낼 수 있었다 싶어 영화들이 참 고맙다. 이토록 멋진 또 한 세상이 존재하다니 싶어 영화계 종사자들 모두의 창의성에 나는 늘 감사의 염을 표하면서 산다. 내 앞에 펼쳐지는 진수성찬의 영상들. 영화들을 내일 제 때에 일어나야 한다는 걱정 없이 제멋대로 늘어져서 영화를 보면서 내 영혼의 진혼곡들을 연주할 수 있어 참 기쁘다.
그리고 요 몇 주 전부터 내게 금요일이 좋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생겼다. '슈퍼밴드2'라는 프로그램을 곧 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역시 jtbc이다. 나는 이 오디션을 보면서는 꼭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 내게 다시 유년과 소년기와 청소년기가 주어진다면 나는 꼭 악기 연주를 해 보고 싶다. 어차피 내 다시 살아도 노래 부르기에 매달릴 유전자는 절대로 타고날 수 없을 것 같고 어찌 노력 또 노력으로 '천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악기 연주자'가 꼭 되고 싶다.
'슈퍼밴드1'에서 나를 매료시킨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이나우였는데 '슈퍼밴드 2'에서도 피아니스트이다. 오.은.철. 그에게서 광기를 읽는다. 천재라야만 뱉아낼 수 있는 광기. 건반을 두드려 연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온몸 심장의 첫 출발점에서부터 온몸 곳곳의 끝 모세혈관 마디마디 그의 연주는 각각이 리듬을 만들고 각각이 가락을 오가며 마침내 전체가 된다. 특히 오은철 못지 않게 좋은 그룹 '크랙샷' 멤버 셋과 함께 한 윌리K 팀(윌리K, 빈센트, 대니리, 오은철)의 ‘Oops!... I Did It Again’(원곡 브리트니 스피어스)에서의 오은철은 정말로 미쳤다. 그러고 보면 내 다시 태어난다면 분명 피아노 연주를 할 게다. 허허허.
아, 그리하여 오늘 퇴근 후 재빨리 저녁 식사를 한 후 나는 곧 유튜브를 켜 윌리K 팀(윌리K, 빈센트, 대니리, 오은철)의 ‘Oops!... I Did It Again’(원곡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연속 재생'으로 듣는다. 다음 주에도 윌리K, 빈센트, 오은철, 그리고 대니 리를 대신한 드러머 한 명이 합류한 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늘 밤, 내일 밤, 모레 밤이여, 어서 가거라. 그리고 짐 무거운 월요일도 '슈웅'하고 어서 가거라. 다음 주 월요일 저녁 9시!
원문보기:
http://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108231556003&sec_id=540201&pt=nv#csidxb7c915f3efe774aa8b1b52dcaa478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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