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양자역학과~
아침 녘 일기로 쓰려던 내용이 양자역학
늘보의 기운으로 나를 찾은 양자는
이내 내게 딱 달라붙었네
단자이지 못한 양자의 운명을 타고나
만나는 사람들 혼돈에 빠지게 한
알량한 죄
벌 기꺼이 받겠으니 제발
양자가 왜 양자인지
어쩌자고 그런 운명인지
즐거워야 할 날들 짓밟고 있느니
그만 나가달라고
육신 밖 어느 곳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내몰고 싶다는 아우성
그것은 결국
왜 사느냐는 물음이라는 결론이라니
미안하오
부디 초가삼간일랑 없애다오
운명인 것을
단자이건
홑 자이건
양자이건
우리는 그리고 나는
줄곧 당신 안에
뿌리를 굳게 세워 살고 있으니
생명이지 않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양자이나 결국 단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나를 윽박지르는 당신
당신이 알게 된 나
나는
마실 꼭대기
푼수네 처가 자랑하던
푼수하고 양수
그 양자 사이에서
허벅지살 떼어내면서
밤을 지새우던 그런 날들의 번뇌처럼
당신의 친자이고 싶은 단자와
당신의 이복형제가 고른 양자 사이
그 틈새
결국 그곳 어디에선가 이 세상 만물 끼어든 곳
단자 양자 할 것 없이 당신은
나에게 정열을 바치겠다니
나 양자
양자 사이에 흐르는 힘의 의미를
이제 굳이 쉽게 설명하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겠으니
다소곳이 제 자리에 앉아
당신의 양자 사이에서 고민 중인 단자들 불러내어 춤을 추고 싶소.
나 이렇게 새살 까면서 지저귈 수 있는 것
어쨌든 사람으로 산 하루였기에
마구마구 썼다. 종일,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오른쪽도 왼쪽도 없는 양자역학을 살았다. 살아보고 싶었다. 매사 따박따박 확인해보고 한편 어느 것에도 흐느적흐느적 전혀 눈길 한번 주질 않고서. 올해 들어 서너 강을 유튜브로 들은 양자역학을 생각하다가 내가 결국 도착한 곳은 비트겐슈타인이었다. 왜?
그저 우연한 만남이었다. 내일은 '종일 양자역학과, 비트겐슈타인과~'를 글로 쓰리라. 내일을 미리 살아낸 오늘을 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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