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테라의 죽음을 듣고 쓴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에 있을까
우리 가수 김영동의 음악을 노래 부르면서
당신을 찾습니다
당신의 책을 찾습니다
내 책상 혹은 내 책장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듯싶었던 당신을 찾지 못한 채
이 글을 씁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서너 번을 읽었을까요
농담이며 느림과 정체성과 향수 등은 내려놓았습니다
오늘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만 당신을 만날 작정입니다
대여섯 번을 읽었던가요
딱 그대로였을 겁니다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의 생
지극히 바닥을 기고 헤매는 것이
사실은 우리 다운 우리의 삶
존재의 가벼움으로 사는 것이래야
바로 인간다움이지 않겠는가 하고
떠벌리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베스트셀러 소개란을 통해 당신을 만났더랬지요
당신의 책을 읽고 내 읊조렸다지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의 사람다운 사람 이야기인 것을 뭐
혼란의 시기 혼돈의 시기를 살다 보니
그것마저 숭고한 가치의 색깔을 문장으로 덮어씌우고 싶었던가요
당신이 빚은 리듬과 그럴듯하게 덧붙인 박자 어우러진 글의 모음
소설이기에
차라리 고상하게 느껴질 만큼 끌어올린 수준의 사람의 삶
한 바탕 패대기를 치다가 돌아오면 결국에는 다시 바닥인 것
어쩔 수 없는 인간 삶인 것을
굳이 문장으로 치장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당신은 기어코 당신의 재능을 빌려 감싸고 있다고
나
퍼부었다지요, 당신을 향해서
듀 번째 당신을 다 읽어냈던 날에는
돌아서니 솟구치던 눈물이 결국 흐르더이다
발버둥이구나 사실은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아귀다툼 그 끝 맨땅 위로 꼬라 박은
목놀림이구나
치기 어린 놀이였구나
꼭 짜내고 나면 무미건조한 실 가닥가닥 뭉친 채 잠시 집을 짓고 사는
악마의 허울에 불과하구나
우리 인간의 삶
그곳에서 숨 쉬는 이야기를 당신이 끌어모아 놓으니
그곳 삶이 차라리 안성맞춤이라고 우리는 자기 위안을 삼고 있구나
저 이야기는 내가 단순하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허울이구나
당신의 후손을 위한 선택이 또 당신을 만드는구나
어찌 그리 딱 세 가지만 인간이겠소
폭력과 성과 욕망
도무지 가닥을 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가운데 지극히 무겁기만 한 인간 존재
거기에 또 하나 그 무엇이었던가요
인간다움이었던가요
차라리 내일 알았더라면
보다 차분하게 당신을 돌아봤을까요
하필 곤드레만드레 소주 기운으로 숨 쉬는 오늘밤
소위 2차에 합류하려다가 잠깐 건든 인터넷 플랫폼으로부터 내게 전해진 당신의 죽음
어설프고 알량한 술기운이 더해져서인지
당신의 부고는 나를 울리고 말았소
당신을 모시고
아마 지금 지구 어디쯤 헤매고 있을 당신의 영혼
오늘은 내가 모시고 와
내 곁에 누이고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오
나는 모르는데 당신만 아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고이 들을 거요
잘 가시오
나 당신의 죽음 내일 아침이면 세상에 내놓고
나만 차지하려는 욕심을 버릴 것이니
부디 잘 가시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신중함이 있는 곳에서
부디 우아한 인간사 떠올리면서
행복한 웃음 가볍게 지으면서 지낼 수 있기를
나 간절히 기도하오
안녕 안녕히
당신이 있어
당신의 글이 있어
나 곧 끊어질 듯한 사람살이와의 인연
이리 고이 간직한 채 삶을 연명하고 있으니
잘 자오
영원한 잠 혹은 돌아 누우면 다시 현생일 수도 있을
우리들의 삶
그 안에 당신의 영을 고이 모시오리니
부디 내 안에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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