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대폭 할인된 지역 상품권을 구매하였다.
지난해에 이어 며칠 전 1년짜리 적금을 하나 더 넣었다. 높아진 예금 금리가 곧 낮아질 것이 빤해 서둘러 통장을 하나 더 마련하였다. 여러 날 해외에 머무르는 여행을 떠나고자 목돈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 달 혹은 반년이나 일 년 살기를 해보고 싶어서이다.
세계 여러 곳의 지형과 역사를 공부한 적이 있다.(여전히 하고 있다) 가보고 싶은 나라이면서 한 달 이상 머물러보고 싶은 나라가 여럿이다. 동부유럽이나 북부유럽 쪽이다. 특히 360일 여권이 필요하지 않은 조지아(옛 이름은 그루지야)에 가서 일년 살기로 살아보고 싶다. 그냥 조용한 생활로 현지인들 속에 묻힌 채 살아보고 싶다. 맘에 들면 그곳에서 영원한 삶을 희망할 수도 있다.(은근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도 있다. 왜? 그것은 다른 글에서 써 보기로 하고~)
틈틈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려 하고 있다. 영화 보기를 통해 공부를 하고자 하는데 여간 쉽지 않다. 신경을 써서 듣고 따라 하기를 했더니 은근한 향상은 있었다고 여겨진다. 진즉 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지필평가는 일백 점을 받지 못한 적이 없는데 왜 스피킹은 되지 않을까. 오리무중이다.
나이 들어보니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욕심이다 싶어 잠재우려니 하는데 그도 쉽지 않다. 왜 욕심 내려놓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돌아보건대 이젠 그만 멈출 때도 되었건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며칠 째 이어지고 있는 불면도 가득 찬 똥덩어리 아까워서 담고 사는 듯한, 지저분한 욕심 때문이지 않을까. 왜 이리도 욕심 내려놓기가 어려울까.
사람에 대한 욕심 내려놓기가 가장 힘들다. 가까운 사람에게 바라는 바가 끝없다. 이날 이때껏 끝없이 가득 차 있다. 욕심이라고는 단 한 마디도 지니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다. 무심한 척하면서 바라보는 것이 참 어렵다. 무념 무상, 무욕 허심, 그리고 불혹 등, 천상에나 있을 법한 맑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조선시대 신화 속 어떤 이처럼, 인생무상을 실천한 대선비의 삶이 저런 모습이었을까. 생로병사. 무릇 인간 삶 네 가지를 초월한 듯한 삶,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는 식에 딱 맞는 삶을 사는 이가 있다.
오늘, 무슨 일인지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아침부터 내게 만날 약속 시간을 선포하고 다짐을 받아 갔다. 시간을 꼭 지켜서 약속 장소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명한 곳이 은행이었다. 꼭 몇 시에 만나야 하니 그 시간에 다녀가란다. 잠깐 특별 시간을 마련해야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깜짝 놀랐다. 의외의 일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연말 정산을 위해 대강 매년 3월이면 한 번씩 구입하곤 하는 일이었다. 할인된 지역 상품권을 구매해야 한단다. 설 대목을 맞아 할인율이 제법 크단다. 자기 그리고 나, 두 사람 각각 50만 원씩 제법 큰 할인가로 구매하잔다.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일터 동료 한 사람이 이를 구매하여 효과적으로 사용하더라는 것이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내 살을 꼬집을 뻔했다. 돈도 사랑도 명예도 나 몰라라 하고 사는 사람이 할인 상품권을 구매하여 사용하겠다? 헛 웃음을 뿌리고 말았다. 남자는 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재차 약속 시각과 만날 장소를 못 박을 뿐이었다. 이것이 대체 무슨 사건이란 말인가. 그래, 너도 그리고 나도 늙어가나 보다. 전혀 하지 않던 일을 급작스레 해대는 것을 보니 너도 이제는 삶을 정리할 때가 되었나 보다. 함께 살고 있는 나도 당연하겠지. 남자는 설과 추석 명절 대목에는 잊지 말고 구매하자 하고는 매월 한 번씩 구매하는 것도 잊지 말고 해야 한다는 내용을 구매 후 헤어지면서 덧붙였다. 좀처럼 듣기 어려운 다부진 어조였다.
아, '대목'이구나. 어릴 적 늘 기다리곤 하였던 두 명절 대목 구간이 떠오른다. 대청소에,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낼 상 마련을 위한 온갖 음식 만들기에 바빴던 불구덩들이 생각난다. 갖은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 하얀 광목천을 꽈상꽈상 빨아 말리셔서 손수 이불 가림을 말끔하게 하시던 우리 엄마. 이제 내가 당시 우리 엄마의 나이가 되어 세상을 산다. 한데 나는 이불 가림이며 특별 음식을 만들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이도 군에 가 있어 내겐 음식 요리에 대한 의욕도 없다. 이제는 우리 집 요리권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수행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가 상품권을 활용하여 전통시장에서 사 온 찬거리로 밥상머리에 올릴 여러 음식이 벌써 기대된다. 음식이 일품이다. 늙으면 대한민국 최저가의 사시사철 통용되는 메뉴를 마련하여 한 끼 식당을 열어보자고 보챌 정도이다.
'대목'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맞아 경기(경제적인 기운)가 활발해지는 시기를 말한다. 어릴 적 어른들이 많이 쓰시던 낱말이다. 나의 유년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낱말이다. 요즈음 통 들은 기억이 없어 아쉽다. 전통시장 할머니들은 사용하실까. 요번 설 대목에는 낡은 주름을 안고서도 열심히 사시는 시장통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부터 이 낱말을 듣고 싶다. 대목이다. 설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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