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신세기 이마트면 어떻고 신세기 백화점이면 어떻고 신세계 백화점이면 또 어떠냐

반응형

 

 

 

신세기 이마트면 어떻고 신세기 백화점이면 어떻고 신세계 백화점이면 또 어떠냐.

 

어느 백화점이냐.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잔뜩 쫄았던 기억 하나 떠오른다. 내 실수에 겁을 먹었던 거다. 무엇에?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 뭐,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몇 달 전 올린 이곳 블로그 글의 내용이 갑자기 떠올라서 쫄았다는 것이다. 이렇고 저렇고 내 일상을 장황하게 드러내는 이곳 블로그 일기에 강남고속터미널과 연결된 커다란 백화점을 들먹이는 글을 썼을 때가 있었다.

 

그때, 이곳 일기에 어찌어찌하여 무슨 일로 강남고속터미널과 연결된 우리나라 최고 백화점(?)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었다. 나는 그만 '이마트'와 '신세기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을 헷갈렸다. 그리하여 아마 오늘처럼 금요일이었을 거다. 가끔씩 보는, 사전 검색에 의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내용인지 확인한 후 시청하는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마치고도 몇십 분을 이불 속에서 눈 뜬 채로 흔들렸다. 잠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었다. 블로그 일기에 백화점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 어쩌자고 한낱 블로그 일기에 백화점 이름 하나 오기했다고 그리도 마음 흔들렸을까.

 

이미 써 올린 후 다음 날 밤이었을까. '신세기 이마트? 아니, 강남 땅 언니가, 할 일 없는 언니가 운동 삼아 다닌다는 신세기 이마트. 이마트라. 이마트가 맞나? 이마트라. 내가 사는 이곳, 우리 지방, 인구 삼십 만이 될까 말까 한 소도시에 가장 큰 상점인 이마트. 그 이마트가 강남 고속터미널에 이어지는 그 휘황찬란한 가게와 같은 소속의 가게인가? 한양을 오르내릴 때마다 들르는 그곳 강남터미널에 딸린 그 커다란 상점(?)이 '이마트'가 맞나?'

 

속없이 사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사는 듯,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평생을 사는, 공부만 쬐끔 자기보다 잘 해서 전문직이라는 것을 내걸고 사는 이 동생, 그래도 못 미더워 늘 걱정인, 가끔 내 블로그 일기의 주인공인 바로 손위 과부 언니에게 전화를 넣어 확인해볼까 했는데 이미 한밤중 꿈 속이라고 여겨져 멈췄던 것도 기억난다. 멍청하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되지. 그래, 잘 안다. 문제는 이미 블로그에 '신세기 이마트'라고 올리고 난 후였다. 이불 속으로 진입한 후로는 다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서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때 모처럼 맞은 불면의 휴지기였다. 일단 이불 속에 들어가면 잠들어보고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잠에 들었는데. 다음 날, 눈 뜨자 검색한 뉴스창 저 아래 목록에 당시 큰 이슈를 몰고 온 커다란,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 자신의 사회적 위치 급상승을 위해 일을 저질렀는데 영화 '화차'를 많이 봤다는 거다. '화차'라. 김민희가 떠올랐고 며칠 전 다시 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떠올랐고 그 영화 속 김민희의 참 순수해보이는 모습이 떠올랐고. 오랜만에 한국 영화 좀 보자 싶어 '화차'를 보덤 참이었는데. 신분 상승이라는 결 속에 떠오른 건물이 신세기 이마트, 아니 신세계 백화점이었다. 더불어 확인해보기 확실히 잡혔다. 그래, 내가 전날 블로그 일기에 썼던 우리나라 강남 초대형 가게의 이름은 '신세계 백화점 강남'이었다. 신세기 이마트면 어떻고 신세기 백화점이면 또 어떻고 신세계 백화점이면 또 어떠냐마는. 나는 내 불찰에 괜히 부끄러워 영화 '화차'나 어서 보러 가자고 나를 달래던 때가 있었다. 우리 배우 중에는 꽤 괜찮다고 생각되는 이선균도 나오고 또~, 그러므로 어서 영화나 보겠다고.

 

참내, 이런 일도 있었구나.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 내가 보고 있던 영화를 들먹였던 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 어떻고 또 안 그러면 어떠냐. 상호를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날밤 새던 날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일기 내용은 대체 무엇을 쓴 것인지조차 애매하다. 나는 오늘 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또 팔과 다리를 거의 내놓는 비키니 비슷한 원피스를 입고 실내 운동을 하면서 영화를 본다. 잠시 후 땀 좀 빼면 시원한 냉수 마찰을 하고 또 영화를 이어 보리라. 이 소중한 금요일의 밤이여. 토요일과 일요일, 쉬는 날이 없으면 어쩔 뻔했냐. 세상에나, 토요일도 근무했던 옛날에는 대체 내가 어찌 살았을까. 

 

당시, 다음 날 아침 문안(? 동생 걱정되어 언니는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온다) 인사를 드리려고 했을 언니에게 확인한 결과 언니네 집 앞에도 있는 가게는 '이마트'가 아니라 강남고속터미널 옆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이라고 정확히 짚어주었다. 지금 그곳에 브이아이피 고객에게 주는 쥬스를 타러 간다는~. 아들 덕분에 팔자 펴진 운을 산다고 자꾸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언니에게 내가 말했었지.

"충분히 입을 운이니 푹 누리시라~"

 

이 기쁜 금요일의 밤을 만나 뒤죽박죽 떠오르는 경험이 있어 글을 썼다. 오늘은 퇴근 후 영화 '해피 아워'의 끝부분을 다시 보고 이어 주윤발의 젊은 시절 영화인 '가을 날의 동화'를 보고 있다. 모두들 편히 쉬시기를!

반응형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현병을 검색했다  (40) 2023.10.19
으악 사라져버렸네  (45) 2023.10.15
긴 머리 늙은 소녀에게  (42) 2023.10.12
좋다  (39) 2023.10.09
연휴 정리  (27) 202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