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정리
9월 28일 이곳 나의 블로그 일기는, 공개 일기의 내용은 말이다. 꽉 찼지. 아, 그 기분. 무려 닷새의 연휴라니. 황홀했지. 계획. 거창했지. 이루리라. 이루어내리라. 그러나 연약한 나. 나를 잘 알고 있으므로 온 세상에 공개하자. 나, 연휴, 닷새 연휴를 이렇게 살겠노라고! 한데 나, 뭘 했지?
아, 세월 무상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여덟 시 삼십 분. 10월 3일 자정 무렵의 생각이다. 내일은 출근이구나. 세월 무상이로구나. 마음속으로 아~, 최첨단 국악 타령을 한 줄 긋고 일어나니 남자도 안방에서 유튜브 여행 중. 내일 아침에는 여섯 시 삼십 분을 넘어서기 전에 꼭 잠에서 깨어나게 주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가 멈춘다.
“좀 알아서 살아.”
빤하다. 그래,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나 알아서 살아야 한다. 남자는 나보다 단 하루라도 오래 살겠노라고, 더 살아서 오줌똥 다 치어주겠노라고 자신하지만, 손위 언니를 보니 사람 생명 알 수 없더라니. 사십 조금 넘어 청상과부가 된 우리 언니. 며느리 편하게 해 주겠노라고 내 서식지에 왔다가 심심하다고 또 일정을 잘라내고 귀택(?)하고 말았으니. 그래. 외로움에 길들이는 것도 사람 사는 것 중 꼭 배워야 할 일. 사실, 미안하다. 연휴 끝나고 바로 제출해야 할 프로젝트 준비 건이 있어서 나, 그녀를, 심심하다고 하소연을 하게 해서 떠나게 하고 말았으니. 친정이라도 가자는 것을, 가, 친정 부모 묘지에라도 다녀오자는 것을, 귀찮다고 마다했으니. 나는 죽일 년. 아암, 그렇고말고. 다행히, 나는 나를 잘 안다. 얼마나 크게 죽일 년인지를.
자, 일단 연휴 전야에 이곳에 써서 온 세상에 공표했던 계획을 데려와서 적어보자.
‘오지고 오지고 또 오지다.’를 테마로 머리글을 달았구나.
2023년 9월 28일 연휴 전야에 쓴 나의 일기 일부를 인용한다.
자, 이제, 오늘 앞으로 주욱 늘어서 있는 연휴를 즐기기 위한 첫 단추로 오늘 밤 나는 영화를 보고 '나.혼.산'을 좀 눈치 봐가면서 보도록 하고(내 취향에 맞는 사람일 때만 시청하기로 하고), 그리고 꼭 책을 좀 읽고 자리라, 꼭! 오늘 읽기 시작한 책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질 것 같다. 이번 연휴에는
1. 꼭, 책 세 권은 읽는다.
2. 영화를 매일 두 편씩은 본다.
3. 블로그 글은 늘 해오듯이 그렇게 매일 한 편씩 올린다.
4. 연필 드로잉을 꼭 두 작품은 해낸다.
5. 듣고 있는 강의 한 품을 완강한다. 그리고 또 한 강을 반은 듣는다.
6. 유튜브 강의를 하루 두 편 이상씩 듣는다.
7. 그리고 잘 잔다.
아하, 아날로그 일기 쓰기는 꼭 하고 말이다.
이상 모두 여덟 가지의 계획을 쓰고 또 다음과 같이 야무진 정리를 썼다.
‘와우! 뿌듯하다. 벌써 행복하다. 아름다운 금요일 밤이다.’
자, 나를 반성한다.
아무 의미 없지만 차례 | 계획 | 해낸 정도 | 완성도 (◎,◯,△) |
반성 | ||
1 | 책 세 권은 읽는다. | 한 권 읽음 | ◯ | 3 | 게을렀다. 비투비 이창섭 군에게는 미안하지만 헛 짓을 많이 했다. 아침 시간 늘어지게 이불 속에 있었다. 욕심이 과했다. 즉 계획이 지나쳤다. 어쨌든 나는 바보다. 늘 바보다. 노래 가사가 아니다. zzzzz 다시 연휴가 돌아온다면 진짜로 알차게 보낼 거다. 오기만 해라, 연휴여! |
|
2 | 영화, 매일 두 편씩 본다. | 하루에 한 편씩 본 듯 | ◯ | 3 | ||
3 | 블로그 글은 매일 한 편씩 올린다. | 매일 올렸다 | ◎ | 5 | ||
4 | 연필 드로잉을 꼭 두 작품은 해낸다. | 전혀. 마음으로만 그렸다 | △ | 1 | ||
5 | 듣고 있는 강의 한 품을 완강. 또 한 강을 반강한다. | 전혀. | △ | 1 | ||
6 | 유튜브 강의를 하루 두 편 이상씩 듣는다. | 들었다. 아마 세 편씩은 들은 듯.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미국의 애틀랜타주 이야기, 우리나라의 미래는 청년들에게 미안하다. 물리학 강의, 등 | ◎ | 5 | ||
7 | 그리고 잘 잔다. | 사흘은 막걸리의 힘으로. 이틀은 그냥 잤다. 실내운동의 효과라 여긴다. | ◎ | 5 | ||
8 | 아날로그 일기 쓰기는 꼭 한다, 매일. | 눈치가 보여 이틀을 못 쓴 듯 | ◯ | 3 | ||
◯ | 26 | 65 |
(요즘 초등학교에서 하는 평가 방식이 이렇다더라. 활용한다. 잘함◎, 보통◯, 노력 바람△. 이를 점수화하여 잘함◎은 5점, 보통◯은 3점, 노력 바람△은 1점. 총점 40점. 획득한 점수는 퍼센트로 계산한다. 80점 이상은 잘함. 60점 이상이면 보통, 60점 미만이면 노력 바람)
65점이다. 보통이다. 다행이다.
언니를 정성들여 보살피지 못해서 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떠나게 해서 우선 미안하다. 왜 나는 이럴까. 도통 사람과 함께 사는 일에 정이 없다, 나는. 문제도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이 참 어렵다. 개인사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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