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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辛丑年)을 보낸다.
육십간지 중 38번째의 해였던 신(辛-백색)축(丑- 소)을 의미하는 '하얀 소의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혼자 있는 날은 정말 알차게 보내야 되겠다는 의욕은 대단한데 늘 의욕만큼 열심히 보내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나는 늘 바보 같다. 물론 '나, 사람이니까"하고 넘어간다.
오늘도 그랬다. 몇 유튜브 강의를 듣고 언니와 통화 몇 번 하고 오후에야 마음 단단히 먹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여 여섯 컷을 그렸다. 지극히 기본적인 인체소묘. 아하, 성현우라는 의사 선생님의 주식 성공기를 유튜브 <김작가>에서 들었구나. 무려 세 시간이 넘는 강의를! 그러고 보니 오늘은 대단한 날이다. 징그럽게도 싫은 경제 쪽 강의, 그것도 징글징글하게 싦은 주식 강의를 무려 세 시간이 넘게 들었다니. 그래, 그 의사 선생님은 강의를 참 잘 하셨다. 말하자면 일반 증권사 애널들처럼 '두리뭉실한' 내용이 아니었다.
긴 겨울 휴가를 시작하면서 매일 열심히 그림을 그리리라고 다짐했다. 인체소묘다. 긴 휴가가 끝나도록 여전히 제대로 해낸 날이 서너 날에 불구하다. 어쩌자고 그림만 생각하면 눈물이 솟구치는지. 올 겨울에 더욱 그렇다. 이게 뭔가. 그 울음의 의미를 나도 모른다. 심장 주변이 순간 정지를 하고 눈물은 심장이 놓여진 뱃속 저 아래 바닥에서부터 모아진 수액이 되어 솟구친다.
하자, 오늘 다시 시작했으니 내일이며 모레, 모레, 모레...... , 남은 날들 열심히 그리자. 적어도 출근 전 날까지 기획된 프로그램의 반은 그리자. 꼭 해내자. 영화를 줄이고, 블로그에 머무르는 시간도 줄이고. 언니와의 전화도 되도록 멈추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엮이지 않은 일들은 아예 손을 대지 말자, 말자고 다짐한다.
21년 신축년을 마감하면서야 21년 내 해당된 띠의 운명을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이런 것들이 그저 그렇듯이 지나간 내 생활을 돌아보니 역시 네이버 띠별 운세가 그런 듯, 그러지 않은 듯, 맞는 듯, 맞지 않은 듯하다. 올해처럼 마음 편하지 못했던 해가 있었던가. 솔직히 영원히 미워하고만 싶은 사람이 있었던 한 해인 것이 확실한데 그에 관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히죽 웃으면서 입술을 짓씹었다. 이런! 못 맞히넹. 하여 미워하고만 사람과는 화해하기로 결론!
어찌 21년 같은 해가 내게 다시 오랴 싶어 22년은 마음 편하게 맞이한다. 21년 같은 해가 어찌 다시 있으리. 내 남은 생 모든 액땜을 나는 21년에 다 했다. 양력 새 해에도 아무렇지 않게 즐거이 보낸 것처럼, 음력 새 해, 내일도 차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완전 포기'를 경험한 사람이 맛보는 '뜻밖의 여유'이다. 씁쓸한 여유이다. 어쨌든 22년은 '즐겁게' 살자. 오, 제발.
'즐거운 한 해'를 위해서 내게 꼭 필요한 것은 '결코 기대하지 말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자. 절대로 미리 나서서 나를 베푸려고 나서지 말자. 꼭 필요하다고 내게 진지한 부탁을 진심을 다해 부탁해 올 때까지 꼭 기다리자. 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최대한의 객관적 위치에서 생활하는 단순함을 살자. 즉 엮이지 않기. 혼자 놀기.
2022년 임인년 (壬寅年)을 맞는다.
임인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흑색), 인(寅-호랑이)으로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최근 들어 하던 것처럼 일체 올해 나의 운명을 예감하지 않기로 한다. 열심히 보낸 후 21년처럼 22년의 마지막 날에 내가 해당되는 해의 운명을 들춰 보자.
나는 한때 정월 초하루이면 꼭 <토정비결>을 사서 내가 살아낼 한 해의 운세를 달달이 체크하여 다이어리에 기록하면서 살던 적이 있다.
어쨌든 22년은 진짜로 열심히 살기로. 최선을 다하여 내 사랑 모두 꺼내서 나누어주기로.
내 아날로그 비밀 일기장에 매일 적고 있는 '버킷 리스트'의 것들을 꼭 해결하기로.
그리고 내사랑! 홧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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