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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9월 5일 일요일
- 어쩌자고 '적당한'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이리 어려운가.
그제 아침 출근길에서 옷차림을 후회했다. 서늘했다. 아하, 여름이 막바지로구나 싶었다. 몇 번 집에 돌아가 재킷이나 가디건을 걸치고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파트 주변으로 조성된 제법 시간이 되는 둘레길을 걷고 출근하는 방식이어서 곧 서늘함은 가시려니 하고 출근길로 그냥 들어섰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집을 나서는 출근길이 필요없지만 평소 일어나듯이 눈을 떴다. 일요일의 여유를 만끽하느라 아침 알람 이후 삼십 여 분을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여름 이불의 가는 두께가 느껴졌다. 날을 세우고 내 온몸 위에 바삭거렸다. 가을 낙엽들의 각진 부스러기들이 벌써 속내를 드러내고서 내게 덤벼온 듯싶었다. 아하, 가을이구나.
9월 첫 일요일. 여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두세 시간을 화분에 물주기로 보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 조그마한 바가지에 물을 받아가며 물주기를 했다. 오늘도 여러 번 바닥에 흐르는 물을 걸레로 받아내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어쩌자고 '적당한'을 생활 속에 실천하는 것이 이리 어려운가.
화분에 물 주기, 인체 드로잉 두 점, 영화 한 편 시청, 블로그에 글 두 편 쓰기, 그리고 이곳 일기로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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