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다. 쉬는 날에는 꼭 하겠다고 벼르는 루틴 열을 오늘은 좀 하자, 엉? 하자고. 그래 한다.
지금 오전 10시 15분. 어제, 그제, 그끄제, 그 그끄제. 우쒸! 세상 사는 것이 어째 그럴까. 딱 쉬는 날 때 맞춰서 일이 터졌네. 태풍 사이를 쏜살같이 뚫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 처리를 해서 최 단시간에 갈 수 있는 우편물 보내기 등 바쁘고 바빴다. 그 와중에 최근 우리 집 가족으로 입실한 화초 한 녀석을 보내고 나니 맘 찢어지고. 그제는 한 여자, 이 세상에서 적어도 열 번째 안에 드는 순수의 여자를 만나서 무려 여섯 시간을 그녀의 올 반년 생활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 이제 얼마 안 남은 시간. 오늘은 꼭 쉬는 날 하기로 한 루틴을 실천하리니.
하긴 벌써 한 칸에는 가새표가 그어졌다.
'휴일 아침 아침 기상 시각을 7시 30분은 넘기지 않기'
요즘 잠은 좀 잔다고 생각하는데 꼭 두 시, 네 시, 다섯 시 삼십 분에 눈을 떠서 쓸데없는 짓을 한 다음에야 다시 잠들곤 하는데 오늘은 여섯 시 기상 알람 시간에 눈을 떴다가 기상 약속 시간인 7시 28분쯤, 일어나자, 조금만 더 자자 하다가 그만 다시 수면. 8시 30분에 일어나서 양치질과 음양수 마시기와 몸무게 측정과 거실 대충 청소를 하고 나니 9시 30분. 유튜브 <자취남>이 떡 뜬 것을 멈추게 하고 인도에 관한 강의를 흥미롭게 해 주시는 유튜브 '삼 프로'의 <강성용 교수님의 남아시아 인도>를 들었네.
요즘 힌두신을 공부하는데 들을 때마다 놀란다는. 어찌 저리도 강의를 잘하실까. 오늘 내 앞에 온 힌두신. 복잡하더라만 딱 한 가지 재미있었던 부분만 오려내면'
"신도 아이돌. 대중 매체의 영향력 안에 들면 인기가 있고 아니면 사라지고. 이런 신, 저런 신 모아서 묶음 하면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 신이 되고~"
영판 재미있네. 내게 진즉 와 주시지 않았던 교수님께 항변하고 싶어지는.
"좀, 진즉 좀 오시지. 그랬음 제가 교수님을 신줏단지 모시기 위해 그룹을 만들었지 모를 일인데, 교수님, 늦었어요. 어쨌든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으니, 인도 끝나고 여러 남아시아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세요. 감사, 감사, 또 감사합니다. 이런 강의를, 이 첨단 자본의 시대에 공짜를 들을 수 있다니요."
자, 이 사람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데, 유튜브라는 녀석, 알고리즘을 따라서 올라온 한 음악인의 영상. 김경호라는 가수. 어제 부산 콘서트가 있었나 보다. 최절정의 시기에 참 좋아했더랬지. 이젠 한때 좋아했던 가수 중 한 사람으로 자리해 있는 사람. 우와, 어제 부산 낮 콘서트의 엔딩 영상이 올라왔는데 여전히 무대를 날아다니는구나. 김경호는 콘서트가 끝나면 아마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은 빠질 듯. 정말이지 김경호의 콘서트 현장을 가면 대단하다. 노래도 참 좋은 것들이 많은데 옛 인기를 생각하니 위, 인도 힌두신을 강의 내용이 떠오른다. 대중 매체가 붙잡아줘야 하는데. 안 가본 사람들 있으면 김경호의 콘서트를 한 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남자는 온몸으로, 온 영혼으로 노래를 부른다. 무대를 날아다닌다.
자, 또 출발! 쉬는 날의 루틴 완성을 위하여! 현재 오전 10시 33분! 독서를 먼저 하련다.
'쉬는 날이면 하루 일백 페이지 이상 꼭 책을 읽기!'
오후 4시 38분. 일본인 미즈무라 미나에의 장편소설 '어머니의 유산'을 130여 쪽을 읽었다. 마저 540여 쪽 중 80여 쪽을 남겨뒀다. 내일 모두 읽으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을까,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를 읽을까 생각 중이다. '어머니의 유산'은 그냥저냥 읽는 중. 내 심장을 할퀼 수 있는 내용은 되지 못한다. 글이 어느 수준에 못 미쳐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많이 살아버린 까닭이다.
오후 11시 40분.
실내체조 실행.
인물 정밀묘사 일정 시간 실행.
블로그 글쓰기 실행 중!
영화 보기 실행.
아날로그 일기 쓰기 실행에 옮길 것임!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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