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오랜만에 쓰는 아침 일기 1

반응형

 

오랜만에 쓰는 아침 일기 1

 

 

아름다운 혼인 1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지 지난 주말에 이어 지난주 주말에도 한양을 다녀왔다. 아무 느낌 없이 몸만 움직이자고 마음먹었는데 의외로 마음이 바빴다. 두 주일 나의 주말을 한양 땅에 바쳤다. 시 조카에 이어 바로 손위 언니의 아들이 결혼했다.

 

언니네 아들 결혼은 참 뜻깊었다. 이틀을 또 다른 언니댁에 머물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려 살폈던 시간도 참 좋았다. 건강이 좋지 못한 언니도 대학 2년 때 저 하늘로 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생과 엄마를 잘 살피면서 살아가는 조카가 정말 대견해서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멋진 옷을 사 두셨다. 미인인 언니가 입은 오피스룩은 요즈음 유행한다는 올드 머니 룩으로 중성적 매력이 듬뿍 풍겼다.

 

한부모 가정을 꾸려낸 언니인데도 손님들이 엄청났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듯싶었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 마당발로 사는 언니의 활기찬 삶이 느린 슬라이드로 쑤욱 지나갔다. 눈물 콧물과 함께 살아냈을 텐데 생은 늘 긍정적으로 바빴다. 늘 베풀었다. 어찌 저렇게 해낼까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자기 힘이 필요하다 싶으면 절대로 머뭇거리지 않았다. 당장 달려가서 최선을 다한 정성을 베풀었다. 물론 신랑 신부는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혼인 2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절대로 울지마셈. 절대로 과부 테는 내지 말 것."

먼저 결혼한 딸의 결혼식에서도 다행히 웃으면서 치렀으나 끔찍이도 생각하는 아들 결혼식에는 혹 북받치는 어떤 마음을 눈물로 드러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눈물도 없었으며 시종일관 즐거운 결혼식이었다. 다행이었다. 뜻밖의 손님들이 많아 가까운 친척인 나와 나의 아들은 호텔 식당으로 가 식사를 해야 했다. 비싼 밥을 먹었다. 군에 근무 중인 내사랑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세 접시의 뷔페를 먹었다.

 

어제 오후 언니의 주문이 내려왔다. 동생이 글을 관리(?)하고 사는 직업으로 생을 연명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언니는 오신 분들, 축의금을 주신 분들, 전화와 메시지 등으로 축하 인사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릴 방법을 문의해 왔다. 관혼상제 등 일부 대중을 손님으로 모시는 행사의 최소 운영 방식을 주장하는 나는 매우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언니의 톡 화면에 올리라. 한 두 문장의 감사의 말씀을 쓰라. 청첩장이나 혼인식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과 함께 올리라.'

"아이, 그럼 그 문장 좀 써 주라이."

이런 문구에는 내가 잽싸게 반응한다. 어차피 내 일이므로.

'온 정성 담아서 주신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바쁘실 텐데 소중한 시간 내주신 덕분에 저의 아들 혼인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혹 애경사 있으시면 꼭 소식 주십시오감사합니다.'

 

아름다운 혼인 3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언니로부터 폰이 울린다.

"근디 저걸 어찌 올리냐?"

"아들 오면 배워서 올리삼."

"니는 참, 되도록이면 지 집으로만 가게 하라더니 결혼했는데 여길 왜 오냐."

"어이쿠나. 알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린 것을 보니 분명 이틀에 한 번은 거기 오지 않음? 틀림없지요?"

"아이고, 그래야. 아직 옷을 안 옮겨가서 아침이면 옷 입으러 오고. 지 마누라 늦잠 자는데 깨면 안 된다고 아침을 여기 와서 먹고 가기도 하겠다는데. 나 거기로 내려갈란다야. 뭐든지 지네 집에서 지 마누라 하고 해결해야지. 내가 이런 고급 집 필요 없으니 쪼끄만 빌라 하나 사달랬더니 여기 앉혀놓은 것이 아무래도 지 치다꺼리를 해달라는 것이 분명한데 어쩌냐. 다음 주에나, 나 너한테 가서 좀 한두 달 있다가 올란다. 내려가서 회사 식당 근무라도 해야겄다야."

언니의 목소리가 붕 떠 있다. 아들과 시어머니의 마음에 꼭 맞는 착한 신부 덕분에 충분히 기분이 참 좋아 보인다. 빤히 보인다. 

 

그래, 행복해야 한다. 그녀는 희생적인 삶을 살아냈다. 40대에 아들의 대학 2년 때에 딸 중 1에 과부 되어 참 열심히 살아냈다. 그녀를 보면 매번 감탄사를 내놓아야 했다. 어찌 저렇게도 살아낼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해야 했던 언니. 이젠 막노동에 구부러져 버린 몸의 신호들을 펼쳐야 할 때다. 지친 신체를 다독거려야 할 때다.

반응형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지통을 비웠다  (26) 2023.09.05
가을이 뒤로 물러섰다  (28) 2023.09.04
구겨서 끼워 넣어진 삶  (31) 2023.08.25
보냈다  (14) 2023.08.17
오늘은 한다  (11)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