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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의 무게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무려 너댓 개월을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
가끔
반바지를 입은 채 근사한 차림새로 길을 걷는
젊은 사람들이 보인다.
부럽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겨울은 나를 묶는다
질긴 노끈 천만 개도 넘게 돌돌돌돌 감아서
내 육신을 철저하게 묶고 있다는 느낌을
겨우내 짊어지고 산다
오늘은
삼월 중순이 지났으니 아무렴
겨울 외투는 벗는 것이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이려니
자고나서 생각한 끝에
입고 나선 것이 니트 굵은 실 검은 외투
여전히 바람은 쌩쌩
내 얼굴에 부딪혔고
니트 외투는 종아리 아래
하반신의 보온을 완결하지 못했다.
겨울은
이놈의 겨울은
왜 나를 배반했을까
그곳 유명 산 유명한 재
비닐 포대를 풀어헤쳐
마음껏 미끄럼 탔던 감흥을
은혜로 되돌려 갚지 않은 데에 대한
보복이었을까
젊은 겨울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죄의 무게가 무섭다
겨울은
날카로움을 쓰다듬지 않은 채
속 좁은 얼굴로 매 해
나를 노린다
의상의 무게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어서 제대로 된 봄이 좀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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