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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이태원 참사도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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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도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랄 수 있을까?

 

조각 잠을 여럿 잤다. 차라리 일어나서 영화를 볼까 하는 심정이 눈을 뜰 때마다 있었다. 어느 조각 잠 끝에 핸드폰을 켰다. 뉴스 검색이 되었다. 이태원이 읽혔다. 이태원이라. 다시 잠들었다.

 

비몽사몽이었다. 눈에 들어온 글자들의 조합을 온전히 나의 뇌에 들어앉히지 못했다. 완전 독해가 되지 않았다. 문장 해석이 되지 못했다. 이게 뭐지? 최근 한양 땅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느 순간 떼창이라는 낱말을 읽은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떼창이라. 누구 콘서트가 대단했나? 문장을 읽던 와중에 도미노를 떠올렸던가. 그것은 뚜렷하지 않다.

 

새벽녘으로 나아가면서 내 의식은 제법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완전체의 문장을 읽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뉴스 하나를 모두 읽었다. 빨딱 온 정신이 깨어났다. 엄마이다. 그 순간 내 자식이 어디에 있는가를 떠올렸다. 평소 대중이 모이는 곳을 다닌다는 것을 본 적이 없어 한편 안심했다. 모교인 대학 근처로 먼 길 달려가 축구를 하겠다고 썼던 카톡창이 떠올랐다. 후배들과 축구를 하던 곳에 있으리라. 주변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안부를 물을까 싶었으나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미명이었다. 사람들은 아직 고요라는 평온 속에 안겨 있어야 했다.

 

바깥 풍경에 밝음이 점차 더해지면서 사상자의 숫자가 읽혔다. 세상에나, 이것이 무슨 일이냐. 이 아우성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피 끓은 젊은이들이 풀어헤치지 못한 끓는 피의 힘을 풀러 모였을 텐데 이것이 뭔 일이란 말인가. 텔레비전을 켜서 현장을 확인했다. 목격자들과 그곳에 있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며 영상을 보니 이것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싶었다. 현장에 있지 않은 이상 무슨 말을 덧붙이랴마는 분명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심장이 문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아프고 슬프고 처참했다. 저 많은 젊은 청춘들을 어찌하면 좋은가. 우리는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으랴. 유가족들에게 어떤 안타까움을 전할 수 있으랴. 청춘들을 어루만져 줄 능력을 우리 어른들은 전혀 갖추질 못했구나. 오직 부득부득 눈 부라리고 자기 이익들만 차릴 생각뿐이지 어디 안전하게 젊은이들을 위한 판 하나 깔아주질 못했구나. 좀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구태의연한가 싶어 참담했다. 

 

부끄럽다. 미안하다. 제각각 얼마나 많은 꿈들을 지니고 있었을 텐데. 제 꿈들 미처 펼치지 못한 채 생을 다한 젊은이들 앞에 눈물로 사죄할 일이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빌 일이다. 아직 병상에 누워 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젊은이들이여, 부디 악착같이 살아나서 현생으로 돌아오길. 목숨은 건졌으나 온전하지 못한 채 깨어난 청춘들이여. 맘 크게 먹고 보란 듯이 일어나길. 그대들과 그대들의 가족들이 평생 안고 가게 될 처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쓰다듬을 수 있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니. 어른들이여, 제발 제정신으로 살자. 

 

아,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라는 문장이 노할 일이다. 고사성어가 지닌 의미가 무슨 소용이냐. 이 상황은 감히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랄 수도 없다. 억지 죽음이 되게 했다.  젊은 청춘들이여. 잘 가시길. 못다 한 삶, 그곳에서는 꼭 멋지게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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