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하였다.
빈 속, 내장이 텅 빈 상태의 신새벽이 참 좋다. 눈을 뜨고 쏘옥 들어간 타원의 반쪽에 가까운 라인의 내 아침 배 쓰다듬기. 아직 티끌 한 점 만나지 않은 기운이 더욱 맑아진다. 즐긴다. 가볍다. 출근길 한 걸음 한 걸음의 경쾌함을 만끽하는 내 뇌세포들이 춤을 춘다. 내 몸 상태가 드러내는 '말끔함'이 참 상쾌하다. 하여 일부러 '아침 끼니 차리지 않기'를 실천하곤 한다. 어제 아침도 그랬다.
여섯 시 삼십 분을 조금 넘어 출근한 어제. 오전 중에도 블랙 원두커피에 물만 마셨다. 오전 중의 내 몸 상태는 '깨끗함'의 절정이었다. '숭고한 아름다움'에 비견될 만큼 내 육신이 저지른 '원죄'가 깡그리 사라진 상태였다.
점심. 신기한 일이다.
일터에서 먹는 점심은 마구마구 먹힌다. 절대로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배를 채우면 즐거운 '포만감'에 비례하여 한쪽으로 내장의 불쾌감이 복리로 증산된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면서도 어구적 어구적 입력시킨다. 이 역겨운 복리 투매의 지저분함을 거침없이 물리쳐가면서 돼지같이(돼지들이여, 미안! 그냥 언어습관이야.) 먹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아마 윤종신의 노래 '본능적으로'가 인기를 끈 것도 이에 기인한 것일 게다. ㅋ)
어제 점심도 무지막지하게 먹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메뉴가 내 입맛을 돋웠다. 볶음밥에 얹혀먹은 소스. 마요네즈에 이것저것 섞어 만든 것. 묘하게 내 혀의 미각을 기분 좋게 자극하였다. 열심히 먹고 또 먹었다. 대체로 탄수화물 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데 어제는 '아, 그만 먹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부지런히 하면서도 열심히 먹었다.
과했다.
퇴근 시각이 다가오자 온몸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내장이 흐물흐물 무너지는 신호가 들렸다. '역류'가 시작되었고 '역행'이 진행되었다. 물을 평소 마시는 양의 열 배 넘게 취하면서 내장들을 달랬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억지춘향'격이었다. 퇴근을 위해 화장실을 두 번 다녀오고서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안전하게 건너올 수 있었다. 다행히 집 가까이 와서 '화장실'을 찾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더해져서 삼십 여 분을 화장실에 거주하였다.
가벼워진 몸을 거느리고 몇 분 '번뇌'하였다. 컴퓨터를 켜고 이곳(T블로그)에 들어올 것인가, 그림을 그릴 것인가, 영화를 볼 것인가 사이에서 방황하였다.
내가 내게 내린 판단 결과는 새롭고 담대한 것이었다. '어서 눕기'였다. 가능 선상에 있던 모든 행동은 사사삭 고개를 숙이고 주인인 내게 패배를 인정했다.
반신욕을 하지 않으면 가벼운 샤워에 세수를 하고서 얼른 잠을 청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잠 타임'을 붙잡을 수 있다. '불면불면'을 조아리지 않을 수 있는 밤일 수도 있다. '그래, 오늘은 자자. 온몸이 텅 빈 상태의 수면을 만나자. 얼마나 '순수한 잠'이냐. 이런 날도 필요하다. 온 밤을 말끔하게 수면에 바치자. 그런 밤을 만끽하는 것도 '긴 인생'을 위해 가끔 혹은 꼭 필요한 일이다.'
잤다.
포만감과 텅 빈 상태를 적나라하게 경험한 내 내장은 너무 빠른 변화에 놀라서 내 시도에 그냥 수그러들었다. 아, 잠이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다니. 아마 여덟 시가 덜 되었을 것이다. 밖에 아직 '빛'이 있었으니까. 모처럼 이른 시각에 누운 내 모양새에 놀랐는지 옆지기는 술 시간 외출을 위해 고요히 현관을 나서는 소리도 들은 듯하다. 아홉 시 무렵, 열한 시 무렵, 새벽 두 시 무렵, 새벽 네 시 오십 분 무렵,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무렵 눈을 떴다. 몇십 분 헛생각과 번뇌(?)와 유튜브를 오락가락하다가 자고 일어나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알람 시각 여섯 시에 눈을 떴다. 무려 열 시간을 누워 있었다. 제대로 잔 시간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아마 족히 일곱 시간은 넘는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기적이다.
눈 쪽은 가벼워졌는데 뱃속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옆지기가 '거창한 아침'을 준비하고 계신다. 민어구이를! 먹을까 말까 고민이다, 지금은. 가볍게 '슈카 월드'의 유튜브 영상 내용을 들으면서.
자, 지금부터 그림도 그리고 블로그에 글도 몇 더 올리고, 캘리도 쓰고 영화도 보고. 오늘 오후 있을 '불후의 명곡'도 보고.(몽니가 나오므로. 이인경도 참 예쁘고 부럽다.)
아침을 먹었다. 상추 겉절이와 민어탕이 주 메뉴였다.
이제 이곳에서 일어나 영화를 한 편 볼 참이다. 내 내장의 운동을 위해서. 실내 운동을 하면서.
오늘은 책 몇 장도 꼭 읽을 참이다. (사실 다시 '독서 심취'에 들어가 볼까도 한창 고민 중이다. 너무 그립다. 종이 위의 글자들이. 곧 김훈 선생님의 신작과 조정권 선생님의 시집 다시 읽기는 꼭 해낼 참이다.)
혹 이곳을 들르는 모든 이들이여. 오늘 하루, 주말 연휴가 즐겁고 신나기를!!!!!!!!!
내사랑도 어쨌든 신나는 날이기를!
내사람들도 어쨌든 날들을 즐기기를!
[뮤지션 추천] 몽니, 쏜애플, 크라잉넛, 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꽉 찬 주말과 연휴를 보내자.
글피, 아침 출근길을 기쁘게 걷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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