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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조물주가 하늘에 그리는 구름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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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하늘에 그리는 구름 그림처럼!

 

 

 

조물주가 하늘에 그리는 구름 그림

 

 

 

종일 그림을 그린다. ‘정밀 묘사’라고 한다. 가만 들여다보니 내 그림 독학 분야는 ‘연필 정밀 묘사’라 이름 붙일 수 있겠다. 휴가에는 정말 열심히 그려내자는 다짐으로 눈을 뜨면 매달리는데 종일 그림으로도 하루 한 작품이 쉽지 않다. 뭐, ‘작품’이라는 이름 붙이기도 부끄럽지만 어떻든 A4 크기의 화지에 그리는 것도 하루 한 장이 어렵다. 정밀 묘사라서 그러할 것이다.

 

 

언젠가 이곳에 ‘루틴 열(더 많았던가? 이런 탐욕이여)’ 같은 것을 올린 적이 있다. 매일 그림 한 장씩 그리기를 포함하였다. 평생 쌓아 온 생활 습관이 축적되고 농축되어 마침내 ‘버블’이 된 허풍들. 내 생을 돌아보건대 ‘버블’의 부풀림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늘 느끼던 차여서 이를 해결하고자 세운 다짐이었다. ‘익명성’의 이불을 쓰고 올리는 글이지만 공개적으로 내세운 계획은 ‘실천’을 위한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는 데에 미친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루틴 중 ‘매일 그림 한 장씩 그리기’는 이삼일도 채 되지 않아 두 손을 들어 포기 선언을 했다. 이것저것 거르고 걸러서 아무리 생략한다고 해도 직장인으로서 하루 한 장의 그림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림에만 매달린다 해도 할 수 없었다. ‘정밀 묘사’에 매달리는 것이 이유였다.

 

 

세상에나, 그림을 독학한다는데 어찌 ‘정밀 묘사’를 택한 것인가. 여러 번 자책하고 자중하자고 나를 달래면서도 마음 가는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하나 작품마다 긴 시간 노동을 질리도록 치르면서도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손은 어쩌자고 정밀 묘사에만 매달리고 있다.

 

 

어느 날 센터 옥션에 등단을 거쳐 제법 유망 인사가 된 젊은 화가 후배를 찾아가 그림에 대한 내 생각과 간절함을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뭘 그리려고 그래요?”

“쓱쓱 싹싹,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촥촥 바로 그려내고 싶어.”

“예? 어찌 그렇게 그려요? 우리도 못 해요, 그렇게는.”

이후 내 그림 독학은 무지이자 황당한 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만두기로 했다. 한동안 잊은 듯 지냈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날이 왔다. 미칠 것 같았다. 체육, 문화예술 분야 능력은 하늘이 내린 능력일 때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지만 내 안에서 밀고 일어나는 그림을 그리자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나’를 친구 삼아 ‘나’를 표현하고, ‘나’를 읽고, ‘나’를 쓰고 ‘나’를 기록하고 ‘나’를 돌아보고 마침내 ‘나’를 살 방법으로서의 ‘그리기’를 하지 않고서는 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화지에 연필과 함께 매달리면서 내가 깨달은 문제는 ‘내려놓기’였다. 그냥 그리는 것이다. 눈치코치 보지 않고서 나 나름대로 ‘완성’해 가는 과정과 ‘완성’ 후 느끼는 뿌듯함만 있으면 그리자. 김영하의 어느 소설 속 주인공 작가처럼 어느 순간 미친 듯이 써져서 손이 절로 움직이고 문장들이 비처럼 쏟아지듯이 내 그림, 내 정밀 묘사도 가는 시간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하늘 위에 조물주가 그려대시는 구름 그림처럼 마구마구 그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래, 얼마든지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마음껏 그리고 부지런히 그리자.

 

 

어제오늘, 아니 그제, 그리고 어제오늘 얼마 전 푹 빠지기 시작한 ‘하비에르 보텟’ 그리기를 하고 있다. 물론 정밀 묘사이다. 워낙 개성 있는 배우라서 그를 표현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첫날 제법 쉽게 틀이 잡혀 하루면 모두 그리겠다 싶었는데 벌써 사흘째이다. 오늘은 꼭 완성하고 대기 중인 그의 다른 모습 하나를 더 시작하자 했는데 그만 어지간하면 행하지 않는 제대로 된 늦잠을 잤다.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 잤다가 11시 30분에 깨었으니 6시간 30분 정도의 잠이었다. 비가 예고된 햇빛 없는 오전이어서 아침잠을 야무지게 잔 셈이다. 시간은 문득, 돌아본 순간 날아가 버리고 없다. 날개도 달지 않은 채.

 

 

남은 휴가 며칠, 적어도 현재 그리고 있는 것을 완성한 후 두 작품은 더 그린 다음에 화요일 출근을 하자고 내심 다짐한다. 해 보자. 쓱쓱, 그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그려내는 삶을 위해서! 하는 거다. 일단 하자, 해 보자. 하면서 상상하자.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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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색연필로 그려서 올렸습니다. 

무지 잘생긴 남자이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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