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사슬에 묶이고 싶다.
진심이다.
묶이고 싶다.
내 몸이며 정신을 저당 잡히고 싶다.
칭칭 동여맨 채 정지된 삶이었으면 싶다.
덕지덕지 어디엔가 묻어있는 지식과 지혜의 꿀을 빨면서 살고 싶다.
나이 드니 간절한 것이 공부이다.
오늘 민태기 박사님의 '판타 레이'를 구석구석 읽어내면서
내 부족한 공부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내 어설픈 삶의 내력이 얼마나 구차스러웠는지
내 좀스럽고 옹졸한 삶의 결과가 얼마나 초라하던지.
다시 태어난다면
꼭 더 많은 책 속에 묻히고 싶고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 답을 찾기 위한 힘을 기울일 것이다.
내가 살아버린 시간이 살아야 할 시간을 훨씬 앞질렀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한없이 내가 안쓰러워진다.
하고 싶은 공부 아직 태산인데
내 마음을 풍성하게 가꾸어줄 지혜 다 담아오려면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나는
나는 왜 무작정 살아온 날이 이리 많을까.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시간이 산더미일까.
나는 대체 무엇하느라 이 긴 세월을 흥청망청
하세월을 했을까.
어쩌자고 그 알량한 오막조막 부스러진 삶을 지탱하는 데에 헛된 힘을 그득 쏟았을까.
뒤돌아보면 후회 덜 하는 삶을 살자고 그토록 다짐했건만
그토록 내 뒷사람들에게 당부하면서도
정작 나는 왜 이렇게
후회만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을까.
나 다시 태어난다면
지적 사슬에 묶이고 싶다.
민태기 선생님의 책 <판타 레이>에 흠뻑 빠져 며칠 살고 나니 내 삶이 참 한심스러워졌다. 몇 줄 종알거린 것을 글로 썼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성긴 나의 삶이 참 가련해졌다. 사실 독후감 한 편을 더 썼는데 채 다듬지를 못했다. 내일이면 올릴 수 있으리라. 내 생을 슬퍼하는 것은 오늘로 마감하기로 하고. 자자. 잘 자는 것이 우선 소중한 일이다. 건강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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