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가을이 왔네.
며칠 전부터 잠들면 사방으로 열어둔 문들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야 할 만큼 선선한 기운이다. 여전히 매미 몇 운다. 그들의 울음소리에 실리 데시 빌은 이미 약해졌다. 제철을 보내야 하는 녀석들의 서운함이 힘없이 사그라진다.
여전히 사방으로 열어둔 문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더위를 떠올릴 만큼 찐득거림이 없어 좋다. 맨발로 걷는 거실 바닥도 기분 나쁘지 않다. 아침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고개 돌려 서서히 살펴본 화초들, 바람에 흔들리는 몸 사위들이 리듬을 잉태하여 세상을 경험한다. 바라보는 눈도 시원하다. 그 리듬에 '선선하다'라는 낱말이 묻어있다. 반갑다.
에어컨 기운을 무척 싫어하므로 더더욱 찐 무더위의 여름이 힘들었는데 말끔한 바람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은 선풍기마저 틀지 않았다. 실내 곳곳에 선풍기를 켜두고 작업을 하는데 오늘은 일체 선풍기를 안 켜고서도 여름살이를 해냈다.
올해 가을에는 정말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어제 일기로 다짐한 것처럼 등을 덮은 실내복으로 갈아입게 된 날 베란다 정원의 화초를 정리하리라. 올해 안으로 화분 수의 반 이상을 줄이자. 어제는 백 개 이상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반 이상을 줄이기. 즉 일백오십 개 이상의 화초를 합가시킨다든지, 미안하지만 버리는 방법으로 화분 수를 우선 줄일 것이다.
둘째 거실 벽면 몇 도배를 하겠다. 도무지 관심이라고는 가지지 않은 남자에게 도식화할 필요가 없겠다. 내가 나서서 할 참이다. 대형 텔레비전이 망가지고 최소형 미니 tv를 한 개 세워뒀다. 거실 중앙 넓은 벽면을 다음 주중으로는 내가 꼭 거실 중앙 벽면을 도배할 것이다.
찬바람이 나면 우리 엄마도 그랬다. 고지고 나서서 내 일도 하고 남 일도 도와야 한다고, 바쁘다고 즐 말씀하셨다. 부지런해져야지. 최소한의 건강한 몸 유지를 위한 방법이 '부지런히 움직이기'라고 들었다. 열심히 움직이기이다.
9월 추석 후에 군에서 휴가를 나온다는 아들을 위해 청소도 말끔하게 하고 먹일 반찬도 구상하고,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 코너의 비둘기가 넘보는 구역도 말끔하게 정리하기로 한다. 모두 내가 할 일이다.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덕쟁이 하늘 (11) | 2024.09.06 |
---|---|
떼 쓰는 여름 활활 제 몸 태우는 맨드라미여! (13) | 2024.09.05 |
의심하라 (28) | 2024.08.27 |
무엇을 그렸으니 (41) | 2024.08.21 |
폭서를 견디는 여름꽃 목백일홍 (40) | 202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