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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들의 전시 무덤을 보러 갔다 몇 달 새 산돼지들의 놀이터였다 둥근 머리틀을 개방한 묘지는 이미 집 나간 죽은 이의 영혼을 좇아 산 전체를 헤집고 있었으며 헤진 틈새로 정렬을 인지할 수 없는 머리카락들의 미친 춤이 운율을 담아 움직이고 있었다 녹은 살점들은 성근 발효가 부끄러워 제 몸 숨을 땅을 찾고 있었고 스러져가는 형태의 낡은 뼈들이 모음집을 찾느라 부산스러웠다 오금쟁이 곳곳에는 날랜 충들이 부지런한 율동으로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를 합창하고 얼굴이 못생겨 우리 아비에게 시집 온 내 어미는 여전히 '개 아래가 뻔하다'며 친정어미가 그리워 음모에 낀 백태들의 살을 훑으며 울고 있었다. 21.11.27 더보기
피아니스트 La Pianiste, The Piano Teacher, 2001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내 평점은 별 다섯 중 넷 하고 점 둘 하여 4.2 에리카. 그녀가 우뚝 설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힘이 '그것'이었을까. 그녀는 소위 '변태' 같았던 '변태'인가, '변태' 같으나 '변태'가 아닌 것이 아닌가. 생이 안쓰러웠다. 그러나 나는 내 생의 깊은 골짜기에 숨어서 그녀를 부러워하고도 싶었다.(오호, 돌을 던지지 말라.) '사랑'도 멀리해야 했던 그녀의 생은 '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몰입'의 중요한 한 방법일 수도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한참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씬에서의 그녀와 함께 나는 눈물을 흘렸던가, 아님 잘 한 일이라고 박수를 치고 있지는 않았던가. 그녀의 생에 끼어든 젊은 공대생, 클레메로 분한 배우의 인물이 화면을.. 더보기
나의 작은 시인에게The Kindergarten Teacher 나의 작은 시인에게The Kindergarten Teacher 나는 별 다섯 중 넷 하고 점 넷 4.4 사람들이여, 부디 '그림자'로 살지 않기를~ 그러나. ' 시인'이 꿈이었을 게다. 유치원 교사 리사. 그녀는 유치원생 파커에게서 천부적인 시인의 능력을 확인한다. 파커의 시를 받아 적으면서 자기가 공부하는 시 공부 모임에 들어가 자기 시처럼 파커의 시를 소개하곤 한다. 모임원들과 모임의 리더는 그녀 시의 발전에 황홀해 한다. 그녀에게 '사랑'을 드러낼 만큼. 그녀는 파커가 자신처럼 세상의 '그림자'로 팽개쳐지지 않고 제대로 된 시인의 생을 살아낼 것을 기원하면서 시 클럽에서 파커가 자기 시를 낭송할 수 있게 한다. 시 공부 모임의 리더는 그녀에게 '거짓말쟁이' 임을 내세워 '탈퇴'를 하게 하고 파커의 .. 더보기
시작 내사랑, '정리'를 시작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했던 생각이다. 어느 날 문득 '죽음'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당시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딱히 적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내 살고 있는 나날을 되짚어보고 뒤돌아보고 내 삶의 흔적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너무 많은 흔적들이 너저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 깜짝 놀랐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리기', '나누기'의 방법으로 내 삶을 정리하자 싶었다. 이후 5년이 넘게 지났는데 나는 이를 거의 하질 못했다.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내 삶의 뒷자락이 너무 복잡하구나. 내 집에 늙수그레한 모습으로 힘없이 위치하고 있는 낡은 책들. 얼마 전 큰 맘 먹고 책.. 더보기
키리에 바닥. 1년이 다 되어간다. 죽어라고 했다. 올해 유난히 한 쪽이 뭔가 빈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 사람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선을 다했다. 그래, 얼마 전 내 윗자리(?)의 사람이 말하던 것, "'기사화'되지 않게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의 기본인지 모른다. 힘을 내자." 그래, 그것이다. 허나 내 육신에 질병의 기운이 꿈틀거릴 정도로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내 정성을 바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더 이상 내 육신에서 끌어올릴 힘이 없다. 이제 멈추기로 한다. 그래, 운명이다. 각각의 운명이며 하늘의 점지이다. 내 어찌 천운을 거스를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을 하랴. 제아무리 해도 되지 않을 때는 결국 운명이다. 하긴 나도 내 운명을 살고있지 않은가. 나도 나를 추스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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