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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라면을 먹고 말았네 점심 식사를 놓쳤다. 라면을 먹고 말았다. 일터 바깥 기관이 연계된 일 처리가 예약된 날이었다. 다른 날보다 게으름을 덜 피우면서 몸을 세웠다. 출발의 첫 걸음을 내디뎠으면 죽죽, 어서 나아가야 했는데 이내 몸이 어기적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야지, 어서 가야지, 뇌는 외치는데 몸이 뒤따르지를 못한 채 굼떴다. 분명 설 연휴의 몸과 마음이 편했던 날을 지내면서 육신이 둔해졌다. 발등 위에 덜 다져진 쇳덩이를 얹어 걸음하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체중계에 몸을 실어 봐야겠다. 게으르면 밥도 못 찾아 먹는다고 외치시던, 어릴 적 할머니의 말씀이 딱 맞다.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을 해놓지 않았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빠진 것이 있다. 어제 해놓으려니 했으나 잊고 말았다. 내가 준비한 것을 들춰보던 한 사람이 .. 더보기
기도할 수 있다면 행복한 거다 기도할 수 있다면 행복한 거다. 이불 속에서 수직으로 몸 일으켜 세우기를 하기 전에 만진 핸드폰의 유튜브에는 서너 시간을 잠들게 해 준 수면 영상이 여전히 ‘소리’를 내놓고 있었다. 고마운 다리였다. 이곳 현생을 건너 잠깐 들렀다 오는 저 생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 도무지 소리의 형상은 어떤 기호로도 표시할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일단 ‘좋아요’를 한번 누르고 그 문을 닫았다. 세상에나 여태껏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구나. 이런 배은망덕이라니! ‘NASA 최첨단 수면실’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영상인데 아무리 첨단의 방법으로 들여다봐도 도무지 소리의 색깔이나 리듬을 읽을 수 없어 아쉽다. 수면의 신에게 닿을 수 있는 묘약을 품고 있는 소리인지. 수면 영상 창 아래 떡 하고 버티고 있는 창이 있었다. .. 더보기
밤새 프랑켄슈타인이 조정하는 듯한, 거구의 바람신이 다녀갔다 밤새 프랑켄슈타인이 조정하는 듯한, 거구의 바람신이 다녀갔다. 밤새 최강의 힘을 비축해 뒀다가 드디어 자기 자랑을 하려는 듯, 바람 신이 다녀갔다. 프랑켄슈타인이 조정하는 듯한 거구의 바람이었다. 며칠 계속되는 불면의 밤 때문이었을까. 살아온 내 기억 속에는 찾을 수 없는 세기였다. 날카로운 칼날을 발톱에 장전하여 인간 세상으로 덤벼들었다. 살얼음을 입은 토네이도가 집 앞 빈터를 헤집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공포 소설 속에서 작품 최고의 신을 위한 의도 속에 창작한 바람 같았다. 잠들 수가 없었다. 이를 어쩐담. 며칠 전부터 걱정 하나가 있었다. 날씨였다. 아이가 휴가로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직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 안쓰러웠다. 군인 월급에 여행비 걱정을 하는.. 더보기
세 시간여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읽기를 했다 - 정월 초이튿날 2 세 시간여 인스타그램을 열어 그림 읽기를 했다. - 정월 초 이튿날 2 - 앞 일기에서 서설이 참 길어졌다. 왜 이리도 주워 담아 이곳에 쓰고 싶은 것이 많은지. 이에 각설하고 오늘 쓰고자 하는 글, 오늘 주로 한 일을 가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써 본다. 그러므로 오늘 일기 중 이 부분은 아침 일기가 아니다. 반신욕 전에 바로 쓴 글이다. INSTAGRAM으로 오전을 살았다. 지금 시각 오후 여덟 시 삼십 분에 다 와 있다. 오전 열 시에서 지금까지 열 시간 중 적어도 세 시간 가까이 인스타그램과 함께 지냈을 것이다. 하루 중 낮 동안, 내가 눈 뜨고 있는 시간의 열일곱에서 열여덟 시간 중- 열여덟 시간이라 치고, 여섯 시간은 수면이라 하면 - 6분의 1을 인스타그램으로 지낸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열었다 .. 더보기
남자가 왔다 - 정월 초이튿날 1 정월 초이튿날 1 - 남자가 왔다. 남자가 왔다. 우리 집 세대주를 말한다. 이것저것 정월 초하룻상을 위해 만들었을 음식들을 싸들고 왔다. 남편 퇴직 후 고향 마을에 들어와서 사시는 시 작은 어머니가 만드셨을 것이다. 음식 솜씨가 대단하시다. 이번에 나를 쉬게 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하나였을 것이다. 시 작은 어머니는 명절이면 꼭 큰집에 반찬 한 상을 차려 넣어주신다. 싸 온 음식은 여러 종류의 재료로 만든 전에, 도토리 묵 등으로 상당한 양이다. 나 혼자 먹는다면 일주일 이상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찬을 싸들고 왔다. 가던 날 긴 한숨을 내려놓고 현관을 나서던 것이 떠올라 아내 없이 친가에 가는 심정이 얼마나 좋지 않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큰 부피로 퍼 낸 한숨이 가슴 한편 크게 아리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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