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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이 성을 쌓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저, '그러려니'를 읊고 사는, 그는, '그럼 그렇지'를 죽음 뒤끝 마무리 언어로 짧은 호흡을 되새김질하던, 소설 「 제5 도살장 」속 주인공의 언어를 베껴 쓰면서 사는 듯하던, 그는, 처음과 시작이 없이 마구잡이로 사람 앞을 들이대는 세상, 휘몰아치는 사람들의 물결에, 어떠한 반응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겠다던, 온몸을 철퍼덕 바닥에 드리눕던 고 녀석. 장대비 이틀, 여름을 차마 못 넘기고 문득 멈췄던 날, 들입다 원목 가득한 바구니를 부리더니, 단 한 마디의 문자도 내뱉지 않고서 줄곧, 쌓아대던 그의 성. 그의 꿈은 어떤 상승이었을까. 그의 소망은 얼마나 단단한 성을 건축하는 것이었을까. 그 성에 담겨 그는 어떤 잠을, 차라리, 매일 자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여전히 살고 .. 더보기
히스 레저 5 히스 레저 5 가족 톡방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잘못되었다. 시립도서관에서 무려 세 권의 책을 한꺼번에 빌려왔다. 빌려다 준 이가 빌려온 날부터(토요일) 자꾸 상기시킨다. "반납일이 한 권은 3월 2일까지이고, 두 권은 3월 4일까지야. 어서 읽어!" "왜 영화 봐? 책 안 읽어?" "시간 아껴. 어서 책 읽어." 이런, 이런, 이런!!!!! 안 되겠다 싶어 책 두 권을 들고 반신욕을 시작했다. 무려 두 시간이나 했다. 물속에서 잘 뻔했다. ㅋ. 왜 잠은 잘을 자야 될 시간에는 나를 멀리하고 아닌 시간에만 곁에 와 있는지. 일백 페이지를 다 못 읽고 나왔다. 어서 저녁을 먹으란다. 언제 밥 먹고, 언제 씼고, 언제 책 읽음? 짜증을 좀 내려다가 꾹 참았다. 사는 게 뭔지. 책을 좀 반납하면 빌려오고 그러지.. 더보기
사랑을 걸었다 사랑을 걸었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괴테를 전공하신 노교수님이 하늘을 향해 자기 비밀을 던진다 사람을 향한 한 줄 말씀이다 '괴테는 사랑으로 산다고 하셨어.' 한 달 전쯤 마련해 놓은 여러 장 종이 사이 끼인 사랑을 찾았다 조심스레 사랑을 꺼내와 펼쳤다 잔금 얽힌 사랑이 구깃구깃 잠들어 있었다 왜 나의 사랑은 묵은 지면 골골거리는 냄새와만 사는 것일까 하다 못해 부뚜막 주전부리 달그락거리는 검은 고양이 나비꽃 입술 위에라도 얹힌다면 창백한 한겨울 바싹 마른 대기 속 바스락거리는 코트 자락 언저리에라도 기댈 수 있다면 긴 세월 구전되어 온 옛이야기 고체화된 문자들의 획 귀퉁이라도 쓰다듬을 수 있다면 공식처럼 정해진 대화 깡마른 살이나마 기름지게 할 수 있다면 누우런 벽 위에 각진 사랑을 걸었다. 졸작이.. 더보기
무제 1 - 1회 무제 1 - 1회 눈을 뜰 때마다 반복되는 생각이 있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 매일 아침 불쑥 솟아오른다. 오늘. 오늘이 언제인가. 오늘을 확인하는 것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몇 년을 살았을까. 몇 살을 숨 쉬었을까. 가지런히 함께 떠오르는 생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침대 아래 면에 있는 주머니를 기웃거린다.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다. 연월일을 읽는다. 시각과 요일도 마저 읽는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이상 전선 위에 올라서 있는 시력은 신기하게도 글자나 숫자를 읽는 데에 불편이 없다. 일주일 만에 뜰 수 있었던 왼쪽 눈을 오른쪽 눈이 외면하지 않았다. 왼쪽 시력과 오묘한 조화를 도모하였다. 기꺼이 수용했다. 이후 안고 살게 된 심한 난시의 눈 상태는 신비스러웠다. 안과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신기의.. 더보기
히스레저 4 다크 나이트 정의로운 지방 검사 ‘하비 덴트’, ‘짐 고든’ 반장과 함께 범죄 소탕 작전을 펼치며범죄와 부패로 들... movie.naver.com 히스레저 4 다녀왔다. 2박 3일. 짐을 진 채 떠난 길. 위태위태하다 싶었는데 결국 끝 무렵에서 터졌다. 차라리 펼치지 말 것을 라고 돌이켜 후회하고 다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아닌 것을 어찌하랴. 내 숙명인 것을! 하여 씁쓸하기 짝이 없더라. 술술 풀어낼 수 있는 여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2박 3일 동안 네다섯 시간을 잤을까. 가기 전에 그려뒀던 히스레저를 올린다. 그리운 히스 레저여! 당신은 왜 이리도 멀리 있는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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