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창작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체국 택배 상자에 모정을 담아 보냈다 우체국 택배 상자에 모정을 담아 보냈다 우체국에 들러야 했다 군인 아들이 엄마를 보내란다 택배 상자에 넣어 보내기로 했다 어린 왕자의 힘을 빌기로 했다 왕자는 너무 말라 있었다 내 심장 저 아래 구겨진 채 담겨 있는 것 바삐 꺼내 왕자의 어깨에 얹었으나 내가 마련한 나 마련한 상자의 크기가 대자였다 아무리 움직여도 나의 부피는 늘려지지 않았다 내 아들의 어미를 담은 상자 빈구석 너무 커서 담긴 나의 심장이 그만 상자를 뚫고 빠져나오면 어떡하지 빈틈 안 되는데 그렇잖음 오랜만에 만난 제 어미의 정 이내 얇아지고 말았다고 서운해할 텐데 우체국에 마련된 과자를 사서 넣었다 한여름인데 이것 여기 함께 담아 보내도 괜찮을까요 괜한 트집으로 내 부족함을 덜어내느라 어린 왕자의 머플러 도착할 때까지 상하지 않을까요 .. 더보기 사뿐 사뿐, 그만! 이제 그만 내려가야 한다 제자리걸음이라도 좋다 그곳으로 가기를 기어코 고집한다면 그 끝에는 추락해야 할 낭떠러지가 자리잡고 있음을 각오하라 그곳으로 가는 통로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순간을 이기지 못한 채 기우뚱 가라앉으리라 가만 이제는 그만 지짓대로 사용할 성수 바른 나무도 찾을 수 없으리니 우선 멈춤이라도 해야 한다 고요히 발걸음 돌려 사뿐 서 있는 곳에 그대로 내려앉으라 고운 사위에 그대 미쁜 두 발을 얹으라 태초에 당신의 태생을 출발시킨 고운 꿈을 담아 풀쩍 저기 저 아래로 고이 내려앉으라 더보기 종일 종일 오후 내내 집안을 걷고 싶었다. 생각한 것은 오래전부터 마침내 걷기 시작한 것은 오늘 오후 두 시 사십육 분쯤. 나는 늘 걷고 싶었다 하염없이 걷고 싶었고 목적지 없이 걷고 싶었고 그냥저냥 걷고 싶었고 아무것도 짐 지지 않은 채 걷고 싶었고 마침내 내 뇌리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버린 채 걷고 싶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걷고 싶었고 시간이 없는 공간을 걷고 싶었고 유물이나 유적이 없음은 물론 잠시 후 혹은 조금 후 혹은 내일 혹은 먼 미래 등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걷고 싶었고 과거를 전혀 끌고 오지 않은 오늘을 있는 그대로 그냥 걷고 싶었다 나를 잊기 위해서 너를 잊기 위해서 우리를 잊기 위해서 나날을 잊기 위해서 생을 잊기 위해서 걸으면 혹 한 눈금이라도 지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내.. 더보기 낡은 오존층을 뚫고 기립하였다 낡은 오존층을 뚫고 기립하였다 아침부터 사전을 찾아야 했으나 습관이 손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명언을 일부러 찾아 나설 일이 아니었다 속담은 미리 낡아서 주저앉아 있었고 주전부리처럼 들고 나던 관용어구들은 동산에 나앉아 격의 의미를 곱씹고 있었다 낱말이며 문장들이 이미 폐기처분이 된 상태는 우선 내가 아닌 너라면서 손가락질하고 있었고 문단에 엮어질 소주제 나부랭이들 역시 자기들이 이긴 싸움이라면서 나를 외면했다 돌아앉아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기도문을 읽고 있는데 뚜렷하지 않은 그림자가 누군가의 형상으로 내 뺨을 치면서 자기는 온 세상을 향해 외치겠노라면 목청을 높여 외쳤다 이미 스러진 것을 회복한다는 것은 첨단이라는 것마저 회복 불능을 진단할 뿐이오 숨을 쉰다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운 것인가를 당신이 숨.. 더보기 우주의 꿈을 빌어와서 우주의 꿈을 빌어와서 우주의 꿈을 읽고 갑니다. 자정이 다 되어 끝난 회식에 평소 마시던 양을 초과한 주량인가 했으니 그러고도 덧붙이기를 가을 낙엽 쌓듯 했으니 밤이 이울고 어스름 돋아나지 못한 달이 울고 고백하지 못한 바닷바람이 기울더니 마침내 오늘 아침 출근길이 휘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낯 모르는 마음의 절친 님을 향해 가끔, 아주 가끔 질투의 화살을 날리고 싶다는 아침 고백을 덥석 배앝아냈더니 잠잠하던 혀 끝 말세세포로 이름하고 싶다는 모세혈관이 눈을 감고 되도록 잠잠하고자 애쓰던 식도를 흐르는 날숨과 들숨이 피를 토하고 싶다며 주인을 성토했습니다 나는 결국 님의 시를 읽는 것이 허물어진 마음 한쪽 다스리는 방법임을 고백하고 장마일지언정 얼마든지 불가능한 아름다운 여름 하루를 만드시라는 간..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