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문화·예술/창작

절름발이 여름 절름발이 여름 장미는 핏물을 담은 딱지가 되어 내 혀에 엉겨 붙고 장마는 내 볼에 하염없는 설움으로 흘러내리고 뼈는 마침내 건강한 성장을 멈췄다 혈액은 순환의 회로를 흐르질 못한 채 엉겨 붙어 진흙밭이 되고 지루한 시간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양팔저울은 늘 한쪽으로 기울었다 무엇인가 함께하고픈 사람 함께 가고픈 사랑은 절뚝거리면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절름발이가 된 여름이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곪고 있었다 내 목에 걸린 검은 머플러는 엉겨 붙은 가시에 얽혀 바스러져가고 바닥으로 내려앉은 실재하지 못한 실체의 그림자가 규칙 없는 운율을 업은 채 개헤엄을 치고 있었다 살아가고 있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사람들 사이, 잡초들이 만들어내는 검은 그을음 사이 다 자란 해충인데도 아직 돌밭으로 스며들 수 없.. 더보기
폴 워커 2 폴 워커 2 - 오랜만에 그림을 올린다. 많이 힘들었다. 폴 워커. 그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가. 사실은, 얼마 전 '폴 워커 1'이라는 제목을 매겨 폴 워커를 그렸다. 차마 이곳에 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폴 워커 2' 너무 많은 날을 보고 또 보느라 기진맥진했다. 그가 너무 멀리 있어서일까. 그처럼 역시 멀리 있는 '히스 레저'는 지난해 다섯 장을 그렸는 데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이유에서 일까. 풀 워커를 그리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도 히스 레저처럼 다섯 장을 그리려 했는데 멈추고 싶다. 폴 워커여. 잠깐 다른 이들을 그리다가 다시 돌아와 당신을 몇 점 더 그리려니. 살피시라, 용서하시라. 맘에 덜 들더라도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시라. 당신이 출연하지 않아 '분노의 질주 10'은 .. 더보기
잡것 모음 -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 잡것 모음 -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을 찾아서 그것은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이라고 했다. 잡것 모음 허리 구부러진 달을 좇을 수 있다면 오리를 닮은 비행선을 훔쳐서 날아오르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꽂은 프리지아 화병 옆에 그가 그녀의 왼팔을 꼬아가면서 서 있음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가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그녀는 시든 꽃잎은 떼어내고 있었다. 눈물과 기쁨이 범벅이 된 웃음의 얼굴 방망이를 날카롭게 깎아내고 있던 노인이 그녀의 웃음 한 조각을 훔쳐서 달아났다. 지혜로움을 나타내는 가장 분명한 표현은 명랑한 얼굴이라고 철학자 몽테뉴를 빌어와 하루살이의 다짐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철학 사전을 지니고 놀던 사내가 자기 말을 삼켰다고 달려들었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도전적인 연구라며 학제 간의 진취적 협력을.. 더보기
마모되어가는 사람 그리고 사랑 마모되어가는 사람 그리고 사랑 바위 혹은 자갈이었겠지 한 남자 곁에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 물살의 흔적 시작을 좇아 길을 나서는데 세월의 흔적으로 태어난 흙의 무늬 그 사이 고인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사라져가는 도장 가게 잊혀져가는 인장을 말하네 아주 숨어버린 숨결을 말하네 그렇게 서서히 제 모습들을 감추는 삶의 흔적들 우리의 낡은 문명들 늙어가는 우리들 마모되어가는 우리들의 뼈를 확인하면서 바위 틈 새 미로를 뚫고 들앉아있고 싶다네 밤이 오네 곧 새날이 오겠지 우리들 스러진 자리에 돋아날 새로운 생명체들에게 운명의 돌 한 덩이씩을 세우면서 부디 나처럼 우리처럼 그렇게 살지 않기를 그렇게 살다가 그만 문득 부스러지지 않기를 사그라들어 빙 둘러앉을 공간마저 구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흙의 내부.. 더보기
눈부시게 하얀 고무신 하얀빛이 너무 밝아서 그만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 종례 시간이 길어져 담임 선생님이 미웠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말이 많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예." "어이쿠나. 모두 재미가 하늘만큼 대단했구나. 잘했어요. 내일은 하늘 두 배만큼 더 재미있게 생활하기로 해요. 알겠지요?" '흥, 얼른 끝내주시지. 왜 저렇게 말이 많담? 분명 오늘 조금 전 점심시간에 나 오늘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저러신담? 일부러? 그럼 나는 안 좋아하시는 것일까?' 아침 등교 시간에는 이 세상 최고의 '우리 선생님'이셨다. "우리 찌. 학교에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엄마하고 같이 나왔어요?" "아니요. 엄마는 6학년이어서 더 빨리 가야 하신대요. 아빠는 더 일찍 출근하셨고요. 저 혼자 문 잘 잠그고 문이 누..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