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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짐진 짐에 얹어진 짐을 들고 짐진 짐에 얹어진 짐을 들고 짐진 생을 살지 말자고 어제까지 남 두서 배는 다짐했다 오늘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 있었다 짐은 두고 가면 자칫 수치스러워질 수 있는 내 등 뒤 도깨비 바늘이 되어 깡춤으로 치솟을 수 있는 남의 입살에 콕콕 찍힐 게 당연한 내 생이 그만 적나라하게 까발려질 수 있는 준 것 없이 미운 이가 될 수도 있는 차곡차곡 쌓이면 마침내 내 영혼을 깡그리 짓밟을 수 있는 내게 진정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참담함을 짐으로 싣고 가는 짐진 퇴근길 길은 내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피노키오의 코처럼 길어졌고 남은 시간은 덩어리로 굳어져서 나의 손발까지 고정시킬까 봐 차라리 횡단보도 중간에 서게 되지 않을까 싶어 바쁘게 걸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가 감질거렸고 나는 내가 지고 있는 짐 부.. 더보기
앙상한 봄 앙상한 봄 물 한 컵을 받았다. 문득 온전히 와 있지 못한 봄의 밤을 걷는데 지난해 겨울 내 식판 앞에 놓이던 한 컵의 물을 떠올린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내게 건네던 손길 무의식의 귀갓길에 너를 떠올리는 것은 내가 다 주지 못한 정이 참 설었기 때문이다 미쁜 정성을 기대했으리라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어살 궂어야 했던 나의 믿음이 너무 미안해서이다 안녕 부디 안녕하기를 나보다 더 긴 생을 제발 안녕하면서 살아내기를 아직 봄이 앙상하다 이제야 네가 건넨 한 컵의 물을 떠올리는 것은 일부러 묻혀 두었다가 꺼내면 나의 번뇌가 더더욱 무거워지기를 내가 사죄해야 할 덩이가 훨씬 단단해지기를 부디 나의 죄를 용서받을 수 없기를 더보기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쪽 새끼발가락을 위한 당신의 왼발 외진 그 귀퉁이 생명체인 듯 아닌 듯 주저앉아 있는 구석진 곳 싱거운 새끼발가락을 따뜻하게 감싸곤 했던 부실한 사람의 온기 지난겨울 당신이 쏟아붓던 그 정성의 만 분의 일 만큼만 그만큼만 떼어내어 제게 건네주시면 안 되겠는지요 우수와 경칩에서 지나와 춘분으로 사뿐 걸음하고 있는 지금 고만고만한 꽃샘추위에 소소한 날카로움 정도에도 견딜 수 없다며 하늘을 원망하는 당신들의 그곳 오늘 그 옆에서 나는 여전히 소한 대한의 뾰족 솟은 냉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기 가까스로 지탱하는 걸음입니다 애꿎은 가시 탱자나무 등걸이라도 주신다면 차라리 어중간한 덩치 의지 가지 되는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꽃만 어서 피면 다 된다는 것인지요 더보기
해후 해후 단지 다시 만나는 것인지 지난 만남이 아쉬워 다시 만나자는 것인지 오랫동안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나리라는 것인지 가만 당신을 살고 있는 당신이 지닌 당신의 몸뚱이를 쓰다듬고 있는 영혼의 속살을 더듬어 보라 단 한 번이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나의 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날 것 안에서 웅크린 적 있었는지 나의 이 모습을 당신의 기억 속에 저장해두고 있기 위하여 익힐 수 없는 피부 아래 가느다란 호흡을 간직하기 위해 서슬프레 수축된 근육을 웅크린 채 바깥 풍경을 차단한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다시 몇 날 후 당신 기억 속에 며칠이나 나의 이 모습을 가둬두고 있을는지 정성 들여 나를 담고 있다는 속 빈 행위를 거짓으로라도 해 달라 당신 속에 내가 얼마나 숨을 쉴 수 있을지 계산 없는 파계승의 막무가내가 차라리.. 더보기
시궁창- 낡은 언어 1 시궁창 - 낡은 언어 1 그곳으로부터 몇 걸음을 남기고 두 손 코 틀어막고 움찔움찔 엄마 나는 이곳 냄새 징그러워 온몸으로 부산떨면 사람들 살아낸 흔적이 모이는 곳이란다 이 세상 저 세상 목숨 부대낌의 저장이란다 걱정마라 어느 골 넘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니 언제는 저 아래 반그늘 노란 꽃 붉은 꽃도 피더라 어떤 날은 깊숙한 그곳에 고추잠자리 날아들어 한참 쉬어도 가고 또 어떤 날은 아랫돔 사는 우리 마을 큰 일꾼 후리아재 마누라 그 멋쟁이 미인 여자 자기 남편 광산 가서 죽은 것 어서 잊어버리고 싶었는지 번쩍번쩍 실크 벨벳 광나는 옷 차려입고 조심조심 쓰고 있던 양산 세워 제 몸 의지하고 건너더라 뒤에 걷던 동산할매 그러셨지 꽃같은 양산 끝 더러운 물 묻어서 어찌할거나 괜찮아요 이곳 물은 우리 서방 장..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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