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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대형 붕어빵 대형 붕어빵 몇 달 되었다네 퇴근길에 발견한 새로 생긴 가게 간판에서 읽은 낱말 대형 붕어빵 눈꼬리 이리저리 비틀어가면서 가게 내부 들여다보니 희부연 눈빛의 손님들 기다리고 있는 붕어 먹어보고 싶었다 한양 사는 언니와 통화 중에 확 눈에 들어온 간판 문구 대형 붕어빵 대형 붕어빵 있네 먹어보고 싶다야 먹어볼까 어서 먹어라야 먹고 싶을 때는 눈치코치 보지 말고 먹어라야 용기 백배하여 가게에 들여놓은 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열에 가까운 목록 팥 붕어 치즈 붕어 사라다 붕어 피자 붕어 치즈 붕어를 골랐네 대형 대형이라더니 내 늙은 손바닥 정도 대형이지 못한 대형 붕어빵 중형이라면 모를까 너무 했네 치즈 대형 붕어빵이 이천원 아까웠네 세상에나 진짜도 아닌 가짜 붕어가 이천 원이라니 집에 돌아와 눈물 머금고서 .. 더보기
생과 사 생과 사 투표하고 왔다. 새벽 다섯 시, 신새벽에 '크라잉넛'의 '비둘기야'를 듣다가 문득 떠오르는 당 대표가 있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입후보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당을 보고 찍기로 했다. 비례대표제에 내 마음을 담아 투표했다. 부디, 제발 좀 잘하기를! 오늘의 세상, 새벽 여섯 시의 길을 호흡하다가 사진 몇을 찍었다. '생과 사'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비트겐슈타인을 들으면서 길을 걸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진을 보면 그가 내 이상형임을 확신하곤 한다. 깡마른 낯, 저 세상 미궁을 향해 쑥 들어간 눈과 볼과 그리고 그의 사상! 나는 그를 사랑한다! 젊은 시절 어느 한때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모방하겠다고 내 속내에 저장한 적이 있다. 아직 내게 시간이 있다. 조금이라도 그와 닮은 삶을 살겠다고.. 더보기
가여운 삶 아래 흩뿌려질 수 있기를 가여운 삶 아래 흩뿌려질 수 있기를 어젯밤 급히 내려온 문장이다 내일까지 해결해야 한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임을 직감했다 열차표 예매했다 서울행 편도 돌출된 혹은 응흉한 심보로 숨어있을 만약을 위한 두 장 왕복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내 남은 복이다 새날 내가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오늘 움직여야 했으면 나는 일터에서 타인의 일정을 어그러뜨려야 했다 일터 온갖 사람들의 일정을 조절해야 했다 다행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해결은 아니었지만 한양으로 상행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말에 그만 안도했다 지독하게 흥분했다 원하는 만큼 꽉 채울 수 없는 해결책이 아쉽기도 했다 그만 예매해 뒀던 열차표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렸다 지운 것일 거다 깡그리 내 생에서 버리고 싶었을.. 더보기
늘어만 간다 늘어만 간다 떠억 하니 당당하게 자기 존재를 인식시키는 나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며 독서에 열중인데 세월은 내게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정리라고 한다 지워 가기 버리기 잊히기 혹은 사라지기 그리고 멈추기 내 눈 앞에 당당하게 전신을 정렬하는 하얀 머리카락 백발 더보기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묵은 껍질 하나를 벗겨냈다 응큼한 속살 가장 가까이 서식해있던 내밀한 음모까지 고스란히 소화해낸 검은 경력 모두 다 안고 함께 훨훨 날아가고파 따사로운 기운을 만나 가볍게 날고 싶은 꿈 나의 소망이 개울 저 아래 얼어있던 뻘밭을 벅벅 기면서 꺼이꺼이 기꺼운 숨 몰아쉬면서 생의 등을 등반하고 있다 굳은 혈관을 순행하고자 깊이 숨겨뒀던 봄을 꺼내는 날 어서 날고 싶다 가뿐 겨울 내복 바지를 한 겹 벗어던졌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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