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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미명 미명 그리고 또 미명.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미명(未明)이었다. 세상은 벌써 미명(美名)을 앞세워 나를 부르고 있었지. 그럴듯하게 내세운 삶에의 명목, 즉 어떤 명목으로든 하루를 또 살아야 한다고. 오늘은 평일이며 오늘은 수요일이며 오늘은 ‘목구멍이 포도청’을 실천해야 할 날이라는 명칭의 깃발을 내건 ‘새날 아침’의 힘이 나를 부르더라고. 나는 나의 생을 조련하는, 어제보다는 훨씬 못한 세기로 내뿜는 빛의 힘은 덜하나 항상 그곳에 있어 나를 이끄는 태양의 힘에 이끌려 길을 나섰어. 담담하게. 평일의 매일 아침 하던 대로 그대로. 온몸 가득 빽빽하게 들어찬 수분으로 터질 듯한 구름 보따리가 태양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오늘. 이런 날은 사춘기 소녀처럼 마구잡이로 뛰는 가슴이.. 더보기
어제오늘 줄곧 니체로 살았다 어제오늘 줄곧 니체로 살았다. 철학을 내가 얼마나 알겠는가마는 나는 차라리 철학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살고자 한다. 왜? 그냥, 그럴듯해 보여서. 딱 그것뿐이야. 더 이상의 철학적인 견해라든지 심사숙고라든지 진짜 철학이 사실 내게는 살고 있지를 않거든. 어쨌든, 어제오늘은 일단 철학 속에 몸 담근 채 살아내기로 했어. 니체. 니체의 철학 속에서 허우적거려 보기로. 내가 철학의 세계 속으로 입실할 때면, 나는 내 몸은 철학 속에 입실시켜 놓고서 '입실'이 아닌 '침잠'이라는 낱말과 놀게 되는데 그 재미가 참 세상 팍팍한 삶으로부터 탈출한 나에게는 괜스레 구부정해져 있는 내 중추 신경들을 쓰다듬을 수 있는 순간이 되거든. 말하자면 내가 철학을 생각할 때면 나는 우선 '침잠'이라는 낱말부터 살려고 해. 나의 .. 더보기
밑줄 치기를 멈추자 밑줄 치기를 멈추자. 겨울이었지. 지난겨울 시작 즈음이었어. 제법 긴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을 거야. 늘 끝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이라 여겨지면 초조해지는 마음 알지? 이상했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한 것 있잖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터질 것 같은 마음. 어떡하지? 세월이 또 일 년을 보따리에 싸안고 훅, 사라져 버리려던 그 지점. 느낄 수 있을 뿐 감정을 어찌 정리할 방법이 없던 어느 날 계획한 휴가 그 휴가에 나는 방안퉁수 역을 운명처럼 소화해낼 것이 당연하고 내 꿈, 석 달 열흘, 밥도 죽도 떡도 필요없고 영화와 글과 실내운동으로만 매일을 지내자 다짐했지. 지극히 나다운 날을 보내기로 맹서한 날. 책을 빌렸지 일터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갔어. 드문 길이었어. 늘 가고 싶은 길, 도무지 걸음 쉽지.. 더보기
일터와 관련된 나의 책들을 방출하면서 일터 업무와 관련된 책, 네 권을 방출하였다. 일터 업무와 관련된 책 중 네 권을 방출하였다. 방출? 아니다. 나눔을 하였다. 물론 나의 것이다. 내 돈으로 내가 산 것들. 아, 아니구나, 네댓 권은 선물 받은 것이다. 물려받은 것도 두세 권이 있다. 나 개인에게, 나보다는 어린 연배의 이 방 생활 선배가 나의 서재에 끼워 넣을 수 있게 한, 한정된 선물도 있다. 이 방을 살던 이 방 선배였던 그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자기 적성과는 전혀 맞은 곳이 아니라면서 일터를 떠났다. 이직을 했다는 거다. 내 곁에 서게 하여 나와 비교한다면 육신의 상태나 나이 차나 십의 자리가 달라지는 양을 체크해야 할 만큼의 나이. 후배인 그가 새로운 직업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많은 축하를 퍼부었던가. 이곳을 떠나면.. 더보기
엎질러진 오후 엎질러진 오후! 일곱 시가 되기 전 출근!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밤새 거친 비바람이 친다고 해서 사방 꼭꼭 문을 닫고 잤는데 출근길은 선글라스를 써야 할 만큼 얍삽한 태양이었다. 내 손 아래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는 방식으로 지사에 내리꽂는 굳센 빛이 베란다 널찍이 들어앉아 있었다. 세 시간이나 잤을까. 잠 기운을 잠재우고 끝부분을 기어코 본 영화 속 주인공이 너무 안쓰러워 수면의 신을 일부러 내쫓았다. 생각을 좀 붙잡고 싶었다. 영화 . 영화가 끝나고서 한참을, 나는 '대체 사는 것이 뭘까'를 생각하며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면서 밤을 세월 하였다. 두세 번 잠 기운이 스멀스멀 온 듯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도대체 왜 그런 생을 살아야 했으며 왜 그러한 생이 되도록 국가나 사회 당국은 나 몰라라 한 것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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