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하루 공개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주 한 잔과 오징어 땅콩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어제 소주 한 잔과 오징어 땅콩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어제. 흐트러졌던 아침 기상 시각이 요즈음 나의 생활을 일그러뜨리고 있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재빨리 일어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 시각이 여섯 시 십 분여. 어젯밤 터미널을 다녀오는 길의 몇 걸음이 다시 내려간 기온과 거친 바람의 체감온도로 위축되었다. 오늘 아침 의상은 어젯밤부터 정해졌다. 아침 출근 준비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아직 세탁하지 않은 초겨울용 블랙 니트 코트가 벨벳, 검은 캉캉치마를 감싸는 옷차림이다. 기모 스타킹도 신었다. 뒤늦게 찾아온 추위가 여러모로 훨씬 사납다. 남은 기운을 모두 불태우고 사라지겠다는 일념으로 덤비고 있다는 느낌이다. 꽃샘추위가 제 위상을 과시한다. 오늘 아침 추위도 그랬다. 그냥 걸.. 더보기 백년손님 나에게도 백년손님이 있다. 토요일임을 확인한 후 줄곧 수면과 비 수면의 경계선에서 세 시간 여 보냈다. 알람 기상 시각 여섯 시는 순식간에 비상했나 보다. 순간 잠에 취했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아홉 시를 넘어서 있었다. 내 몸이 제 스스로 챙기는 제대로 된 하루 시작이었다. 함민복의 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처럼 나의 인생 어떤 세계 속 이쪽 면과 저쪽 면의 사이, 그 경계에서도 꽃이 피면 얼마나 좋을까. 꽃은커녕, 어젯밤 갑작스레 했던 심한 실내운동이 원인인지 양쪽 더수기(뒷덜미)가 아팠다. 손가락 힘이 유난히 좋은 우리 집 남자가 등 마사지를 두 번이나 해줬는데도 잠깐 시원함 이후 다시 통증이 이어지고 있다. 집안 대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다. 우리 집 방문객이, 누구 어려운 손님이 아니면 .. 더보기 삼국지를 들으면서 걷는 출근길 삼국지를 들으면서 걷는 출근길이었다. 혹 퇴직 후 매일 쉬는 날이 되어야만 가능하게 된다면 어떡하나. 파편으로 나에게 들어와 있는 삼국지. 전체 읽기를 시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 지 제법 되었다. 마음먹은 김에 꼭 해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다. 번듯하게, 사람처럼 산다고 하면 꼭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로 내게 입력된 이유가 뭘까. 이 연약한 여자는 왜 늘 삼국지를 꼭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게 되었을까. 여러 질의 대하소설을 읽어냈다. 한데 삼국지를 온전히 읽어내질 못했다는 것이 나를 늘 압박하곤 했다. 이상할 일이다. 우리 집에는 삼국지 전권 두 질이 있다. 이문열의 것과 황석영이다. 나는 이 두 질을 모두 읽지 못했다. 완전한 읽기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대하소설을 읽어낼 때.. 더보기 둔한 채 살고 싶다 둔한 채 살고 싶다. 둔한 대로 살고 싶다. 둔한 상태로 살고 싶다. 둔한 대로 살아가고 싶다. 둔한 채로 살련다. 그냥.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리는 출근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아, 이 문장을 내뱉고 나니 잊고 살았던 지난해 겨울 악몽이 되살아나긴 하지만.(나는 퇴직 후 혹 있을지도 모를, 한양살이를 위해 조그마한 공간 한 칸을 마련해 뒀다. 건물 최고층이다. 어느 날 갑자기 거친 소리로 내게 전해진 전화 속 목소리가 있었다. 당신 집에 뭔가 이상이 있어 우리 집 천장이 엉망진창이오. 그는 앞뒤 설명도, 대화도 없이 내게 내쏟았다. 빨리 고쳐, 빨리 고쳐, 빨리 고쳐라. 결론, 그것은 결로였다. 디립다 퍼붓는 그의 목소리는 내게 악몽이었다. 막무가내였다. 무려 3주간이었다. 징그러웠다. 언젠.. 더보기 나의 ‘딥 퍼플’, 팬지꽃이 어디로 갔지? 나의 ‘딥 퍼플’, 팬지꽃이 어디로 갔지? 딥 퍼플. 나의 최애(最愛) 색채이다. 짙은 보라색. 며칠 전부터 나의 딥 퍼플이 나를 부른다. 일터 본 건물로 가는 길에, 거창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면 레드 카펫으로 장식될 것이 틀림없는 공간에, 나의 딥 퍼플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본관 야간 경비 할아버지가 퇴직하셨다. 야간 경비는 그야말로 밤 시간만 경비를 서고 아침이면 퇴근하면 되는 일이었단다. 지난해까지 계시던 할아버지는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고도 한참을 일터 곳곳을 말끔하게 청소하셨다. 철마다 때맞춰 이 꽃 저 꽃들을 가져와 화분에 옮겨 심고 화단에 옮겨 심으셨다. 때가 되어 시들면 다른 화초를 또 가져와 심으시고 분갈이를 하시고 물을 주시고 대단하셨던 분이다. 68세로 정식 퇴직을 하셨다. 할아버지.. 더보기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