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하루 공개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런 묘한 기분을 일상처럼 지나쳐야 할까 이런 묘한 기분을 일상처럼 지나쳐야 할까. 빈번해질 텐데 이를 어쩌지. 거무튀튀한 색으로 망토를 걸친 봄날 아침 구름의 하늘이 비를 예감하게 했다. 몇 걸음, 늘 걷던 길의 출근길이 불안했다. 기분 때문인지 부슬부슬, 형태를 만질 수 없는 액체 방울이 얼굴에 부싯부싯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고 감을 볼 수 있어 신이 구조한 공간이 내 육신을 둘러싸고 있어 그 안에 신의 액체가 발산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였다. 거짓말 같지만 나 스스로 너무 의아해 눈썹 위로 혹 내려앉은 액체 방울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핸드폰 거울로 확인할 정도였다. 다만 눈썹 위에도 액체 방울은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둘레길을 걸으면서 출발선의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더욱 생생하게 액체 방울이 느껴.. 더보기 생면부지, 안면부지의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아침 생면부지, 안면부지의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이 아침. 세상에나,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빗소리가 소리의 우주가 되어 나의 달팽이관에 꽉 찬 이 아침이 참 소중하게 생각된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시작된 봄비는 점차 그 세력을 더해가더니 그 위력이 컴퓨터를 만지고 있던 나의 손가락 끝에도 전해와 한밤중 잠자리에 들기 전 베란다 밖을 일부러 확인하게 했다. 2년 전까지는 바라보는 나의 입에서 감탄사를 주렁주렁 내놓아 공중에 매달게 했던 전망은 고층 신식 아파트들이 점령하였다. 점점이 불빛으로만 확인될 정도로 그곳에 쏟아지는 봄비가 봄비답지 않았다. 밤새 빗소리는 자기들만의 소리로 뭉친 또 한 우주를 형성하였다. 나의 양쪽 귀, 두 곳의 달팽이관에 꽉 차서 자기들의 공간 아래 소우주를 연출하는 봄비 .. 더보기 토끼의 털이라도 함께 있어야 추위를 견뎌내겠지요 토끼의 털이라도 함께 있어야 추위를 견뎌내겠지요. 나에게 반절 자유가 주어지는 시간이 있었다. 몸이 어떤 공간, 그곳에 배치되었어야 했다. 내 온몸 곳곳, 모세혈관과 신경세포가 파이팅을 외쳤다. 아, 신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나만을 위한 시간. 일터 꽉 찬 하루에도 그나마 가끔씩 주어지는, 하던 일을 어차피 포기해야 하는 시각이었다. 다만 이분의 일의 자유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나를 기쁨으로 흠뻑 젖게 했다. 반 자유의 시간. 이런 시간이 나에게는 가끔 가능하다. 몸이 매어있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할 수 있는 시간. 휴대폰을 멀리하려고 애를 쓴다. 오늘, 이 같은 시간, 반자유의 시간에는, 반이 얽매어져 있는 나의 시간, 나머지 반의 자유는 철저하게 조정하여 생활하고자 한다. 내게 긍.. 더보기 보랏빛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아침 일기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보랏빛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바빴다. 숨 쉬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놔둘 수 없었다. 부리나케 걸었다. 여기저기, 일터 여러 곳에 내가 걸음해야 했다. 온갖 일의 자료들을 내가 입력해야 했다. 내가 알았다는 신호를 해야만 이일 저일이 해결되었다. 응당 내가 갈 줄 알고 그런 것인가 싶었다. 당연히 내 발걸음이 그곳에 도착하리라 여기고 있는 것도 같았다. 맡겨진 일에는 따박따박 처리하려 애쓰는 나의 평소 성격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듯싶었다. 지난 주 금요일처럼 빨리 끝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어서 아침 일기를 마치고 지난주 팬텀 싱어의 대표곡, 테너 2인과 카운터테너 2인의 파바로티 곡을 감상하려던 계획은 치를 수 없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 앞으로 해야 할 일,.. 더보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봄의 아침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봄의 아침이 따스했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봄의 아침. 민낯의 발바닥이 춤을 추고 싶어 했다. 3박자 왈츠. 따안~딴딴, 따아안, 딴 딴. 원목 베란다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봄볕이 수줍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의 발바닥을 부드럽게 애무한다. 발바닥은 내딛기도 전에 미리 예감한 듯 따스한 감촉을 온몸으로 받아 안아 기쁨 가득한 오른, 왼 양쪽 발에 가뿐한 춘 사월 빛을 싸안고 갈마든다. 이번 주에는 나의 온몸 세포들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싶었다. 자기중심으로 돌아가 가만 각자 자기 영혼들을 쓰다듬어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쉬게 하고 싶었다. 만져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푸석푸석한 나의 근육들이 안쓰러웠다. 하루만 실내운동을 거슬러도 바슬바슬, 바스러질 듯 연약한 나의 앙.. 더보기 이전 1 ··· 51 52 53 54 55 56 57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