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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우리 집 봄맞이 준비는 베란다에서 시작된다 우리 집 봄맞이 준비는 베란다에서 시작된다. 아니, 베란다에서만 봄을 위한 준비가 펼쳐진다. 엊그제 일요일의 낮 대부분을, 베란다에서 보냈다. 녀석들이 나를 불렀다. “제발, 제발요. 이제는 제발, 당신의 시간 일부를 우리에게 나눠줘요. 때가 되었잖아요. 당신 늘, 그렇게 이야기하잖아요.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하고 행동하라고요. 우리에게 당신의 손길을 주세요. 우리에게 당신의 눈길을 머물러 주세요.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마리아 릴케, 당신이 좋아하는 시인의 노래에도 있는 글귀예요. 당신이 읽고 또 읽는 당신의 시인 윤동주의 시에도 그런 비슷한 시 구절이 있어요. 때 맞춰서, 그에 맞는 공간으로 이동하겠다는 간절함을 읊은 글귀들이 있지요. 어서 우리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 줘요.” 우리 집 베란다에, .. 더보기
느리게 시작한 토요일이다 느리게 시작한 토요일 아침이 참 마음 따듯하다. 느지막이 일어났다. 새벽 평일 알람 시각보다 더 일찍 눈을 떴다. 새벽 다섯 시 사십여 분쯤이었다. 시각을 확인하고 토요일이라는 것을 폰 시계로 인지한 후 다시 잤다. 여섯 시 알람도 끄고 또 잠을 잤다. 아마 완전 기상까지 대여섯 번은 일어나고 깨고 반복 운동을 했을 것이다. "일어나 미장원에 가." "알았어." 몇 조금 시간이 지났겠지. 또 들려왔다. "빨리 일어나. 파마하러 간댔잖아." "아, 미장원? 다시 약속 파기했어. 오늘 안 갈 거야." "왜~. 다음 주 중요 행사 있다고 했잖아. 아침마다 파마 기운 지금도 있냐고 물으면서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가서 파마해. 일어나." "아니라니까." 목소리의 톤을 높여 내가 대답한다. 음계의 다장조 솔 정도.. 더보기
고구마 고구마, 마음껏 먹던 시절이 그립다. 교과서에 고구마, 감자 등을 구황작물이라고 했는데, 이건 이해가 쉬웠더랬지. 굶주려서 붓고 얼굴이 누렇게 된다고. 이건 병명으로 부황(浮黃 뜰 부, 누를 황)이라 그런다. 예전엔 부황기 있는 사람이 많았지. 이 설명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구황 작물 [救荒作物 : 구원할 구, 거칠/흉년 황)이 맞다.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을 대신해서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말한다. 고구마, 감자뿐만이 아니고 조(서숙=전라도 사투리), 뚱딴지(돼지감자), 메밀, 칡, 송기(소나무 속껍질) 도토리 등, 참 많다. 참 '서숙'은 사투리이다. 표준말은 서속 이다. 소나무 속껍질도 어렸을 때 소 풀 먹이러 다니면서 간식으로 많이 먹었다고 들었다. 그 외 여러 구황작물이 요즘은 건강식.. 더보기
어찌하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찌하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둘기 가족의 기생(?)이 시작되었다. '기생'이라 한다. '기생'이라고 몰아붙이고 싶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렇게 쓴다. 또다시 우리 집 베란다 실외기를 두는 곳에 비둘기네가 살림을 차렸다. 번식을 위한 임시 살림이다. 그들의 여정을 우리 집에 다시 차렸다. 이삼 년은 되었을까. 녀석들이 우리 집에 정착하지 못한 햇수가. 아니 무던히도 다시 시작하려던 살림을 내가 수시 점검하여 자리 차지하지 못하게 한 햇수가. 녀석들은 한번 시작하면 징글징글하게 덤볐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시도했다. 무작정 덤볐다. 내 조바심이 순간 한 눈빛 더뎌졌다 싶으면 바로 자리를 잡았다. 알까지 낳은 것이 세 번이었다. 그중 첫 번째에는 알을 품었다가 부화시켜 새끼 두 마리를 만들었다. 훨훨.. 더보기
여자는 자기 어머니의 삶을 산다는데~ 여자는 자기 어머니의 삶을 산다는데. 바로 손위 언니와 나는 별로 닮은 구석이 없다. 얼굴 생김새는 물론 분위기까지 제각각이다. 자매인데 어디 닮은 구석이 없겠는가만 유독 사람들은 우리 둘을 놓고 어찌 자매지간인데 그리 닮지 않았느냐고 감탄한다. 감탄이라. 탄식 쪽일 것이다, 아마. 그들이 우리 둘을 비교 평가할 때는 거의 부정적인 평을 내놓은 경우였던 듯싶다. 예를 들어볼까. "그 사람이 당신 언니야? 세상에나. 하나도 안 닮았네. 어찌 언니하고 동생이 이렇게 달라, 당신 언니 맞아?" "뭘? 왜 그래? 언니라니까. 그것도 바로 손위 언니야." "그 사람, 진짜로 사람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데 말이야...., 자기 어머니 닮아 훌륭하다는 말도 꼭 따라붙지." "엥? 그럼 나는 사람 나쁘기로 소문이 자자함..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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