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창작 썸네일형 리스트형 횡단보도에 놓고 온 그늘 횡단보도에 놓고 온 그늘 제자리 걸음 혹은 제자리 걷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뒷걸음질을 치는 것도 제 복은 아닌 것 같다고 멈칫멈칫 눈동자를 사각형 또는 원을 그리면서 굴리곤 했고 공간을 점검해야 한다고 두둥두둥 두둥 혈이 맨손체조를 하면서 초시계를 손에 들고 있다고 누군가 뒤쫓는 이 있어 혀로 초침을 붙잡아야 한다고 뒤뚱거리면서 길을 내면 세상을 캐묻고 있는 이 사람을 들고 식도를 오르내리고 사람은 커녕 바람도 멈춤한 틈새 잎도 줄기도 호흡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일 것이라고 가끔 걸음 걷기를 멈추는 자리 횡단보도일 것 같다고 사방으로 있는 자리 거둘 수 없으니 가져가는 수밖에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한 걸음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고 한 발자국 혹 그곳에 아직 덜 여문 그늘 드리.. 더보기 지랄도 병이라며 지랄도 병이라며 지랄도 병이라며 지랄하지 말라고 자꾸 윽박지르는 이가 있었다 변덕이 날을 세우고 잡스러운 언행은 피로 물려받았노라고 했다. 오른 꽈배기 왼 꽈배기가 꼬여있는 저녁 어스름이면 술병 질병 구분할 것 없이 마침내 꼴값 법석 떨고 있는데 분별없는 행동이면 어떠냐 타고난 불협화음이 지르는 뇌성이라면 또 남다른 것이냐 이는 다스릴 수 없으니 덤비지 말라고 대창 곱창 얽혀서 최첨단 실 바늘을 이무기로 창조하지 못했다면 이미 남의 꿈자리라고 어차피 기울어진 포물선의 끝자락이라고 그러므로 불길함을 잠재우러 왔다고 했다. 속되게 꼴사납게 꺼림칙한 느낌에 용천을 하겠다고 하늘을 좀 다스려보겠노라고 창칼 쥐고 떠났던 길 다시 다듬어 새길 떠난다고 한들 하늘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덤볐다. 염병 발병 지랄병.. 더보기 뗏목을 굽는 밤 뗏목을 굽는 밤 아침녘이면 솔솔 제법 찬 바람 냄새가 뱃잔등 위에 내려앉았다. 사람 따라 기운이 가고 있다고 했다 흙 한 줌을 바랑에 기워 수레에 실은 채 낮밤을 흐르고 있다고 꿰맨 문자들이 뒤따르고 고리 끼운 책자들이 둥둥 땟국물이 쩐 대기 위를 부유하고 철학은 제 자리를 잡지 못해 공원 한 구석에 몸을 쭈그린 채 비린내를 풍기고 외면하고 외면당하느라 정면을 바라볼 수 없는 시간 사람들은 자꾸 물도 없는 바다를 떠돌기 위해 뗏목을 구워야겠다고 핏대를 세워 말했다 술 취한 채 벌이는 정사는 당연히 고꾸라진 말이 된 채 픽픽 쓰러지는 밤이었다 더보기 밀란 쿤데라를 기리면서 밀란 쿤데라를 기리면서 어서 그의 책을 꺼내 다시 읽으려니 하는데 안 된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데 그의 책 한 권을 읽을 시간이 마련되지 않는다. 그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나를 비롯한 너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소름이 끼쳤던지. 두 남녀 주인공이 함께 죽은 모습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여긴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 안쓰러워 눈물 흐르던 날. 처음 읽었던 때였다. 올해 그가 노벨 문학상을 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돌아가셨다. 나는 그의 죽음을 반은 무의미한 난장판으로 이어질 된 회식 자리에서 입수했다. 바로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구나 싶어 황당했던 기억. 그 끝에 전화를 후배에게 그의 죽음을 변명 삼아 말했다. 후배는 내가 말한 죽음의 주인공을.. 더보기 달이 뒤흔든 밤 달이 뒤흔든 밤 아직 초저녁이었다 열에서 하나가 부족한 시각, 술시. 정작 밤의 문을 열기 전 강을 품고 사는 한 사람이 달빛에 젖은 달을 보내왔다. 내 침실은 달이 맘만 먹으면 내 온갖 것을 들고 날 수 있는 곳 커튼의 닫고 열림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빛을 이고 들 수 있는 곳 애당초 달의 기운을 외면할 수 없음을 알았다 강을 사는 사람이 보내온, 그가 사는 곳의 달을 차마 버리지 못했다. 달은 강을 살고 있었다 땅으로 보내져 제 설 곳을 감당하지 못하는 달의 기운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달을 안고 몸을 뉘었다 나의 달도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질 수 없다고 했다. 안고 있던 달, 품고 있어야 하는 달. 두 생을 보살피느라 밤새 부산스러웠다 넘어야 할 강을 건너지 못한 한 사내의 혼을 묻어야 했다. ..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