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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나는 아마추어 미술작품 컬렉터이다, 자칭! 나는 아마추어 미술작품 컬렉터이다. 늘어지는 아침잠을 잤다. 함께 사는 이는 떠나고 없다. 산으로? 새벽녘 길 떠나는 소란함을 듣지 못한 것은 그의 배려일까, 나의 잠이 지닌 깊이가 무던했던 것일까. 아하, 산이 아니구나. 부산으로 떠난다고 했구나. 깨복쟁이 친구들과의 여행이랬다. 내게 동행 여부를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나에 대한 배려일까. 혼자 있기를 즐기는 내 타성의 심오함이 한술 더 뜬 것인가. 잠은 참 좋구나. 통잠 쪽의 잠이었다 싶다. 몸도 참 개운하다. 일종의 '에라, 모르겠다. 이런 날도 필요하지.' 싶은 마음을 살려줬다. 아홉 시 삼십 분이 넘도록 누워 있었다. 누운 채 이 생각 저 생각을 했다. 이 영상, 저 영상을 봤다. 이 뉴스, 저 뉴스도 읽었다. 한 주일을 살아낸 내 영육을 향.. 더보기
정해진 밤을 끝낸 후 만난 새벽의 모습을 그리다 정해진 밤을 끝낸 후 만난 새벽의 모습을 그리다. 밤은 정해졌다. 자기 규범 속 몇 가지 일을 꼭 치른 후 잠자리에 든다. 무엇인가 야속한 일이라도 있던 날이면 마구잡이로 저녁 식사를 한다. 어제저녁도 그랬다. 퇴근 후 끓여둔 시각으로부터 하루 지난 김치찌개를 데워 냄비 채 들고 조리대 옆에 서서 식사했다. 겨울 소 팔자 편한 모양새로 배를 채웠다. 종일 일터에서 시달린, 배고픈 소 정신없이 꼴 먹는 풍경이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탄수화물을 멀리하겠다는 신념을 마련한 후 대여섯 숟가락을 떠먹으면 사라질 흰밥을 먹는다. 돼지고기 전지 세 조각을 크게 썰어 끓인 찌개는 1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해 김장김치 맛이 더해져 한껏 무르익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신맛은 식욕을 자극했다. 평소 식사량을 떠올리면 두 끼 .. 더보기
첫 문장을 기다리는 설렘을 나도 살고 싶다 첫 문장을 기다리는 설렘을 나도 살고 싶다.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있다. 이다. 가볍게 읽고 있다. 내용이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허드레라니. 말도 안 된다. 우선 두툼한 소설과 달리 얇아서 가볍다. 삽입된 삽화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제법 있다. 내용에 적합한 내용의 삽화들 또한 눈에 쉽게 읽힌다. 삽화는 은근히 텃세를 부리는 종이 위 글자들의 위엄을 알맞게 조절한다. 가벼운 것은 그냥 가벼운 것이 아니다. 늘 내 몸과 정신 가까이에 두고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는 그의 대표 시선 가 있다. 시집을 구매한 이후 줄곧 나와 함께 하는 시들의 글쓴이가 쓴 글인데 어찌 산문집이라고 그냥 가벼우랴. 그의 산문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판단으로 일터 도서관에서 대여해 왔다. 사실 이 .. 더보기
11월이여, 찬란하라 11월이여, 찬란하라. 한해의 끝물로 달려가고 있다. 끝물. 어떤 시기 혹은 어느 해의 맨 나중에 나온 과일 등이나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활달하게 움직이던 어떤 상황에서 그만 기세가 꺾여가는 때를 말한다. 사이시옷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접속어들도 연결된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 자발없이 끼어있는 듯 여겨진다. 주제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사는 이들에게 아무 뜻도 부여받지 못한 채 겉돌기도 한다. 아니면 귀퉁이로 내밀려 그저 존재 정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호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 11월이 그렇다. 그런 듯하다.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소외된 달이 아닐까. 그믐 즈음 온 듯 간 듯,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지는 존재 불투명의 존재 같다. 한 달의 끝, 그믐 너머 삭.. 더보기
다시 아침이다 다시 아침이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른 출근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해졌다. 마음만 그렇다. 몸은 어둠 속에서 느릿하게 비비적댄다. 날이 밝아지는 시각이 점차 늦어진다. 일출을 맞이하는 근엄한 시각의 발걸음도 굼떴다. 점차 새날 탄생의 조화 앞에 서는 것에도 인내심이 요구된다. 몸의 올바른 침묵을 궁리할 수 있는 시간 범위가 넓어졌다. 몸은 우선 반갑다. 계절의 순환, 자연의 순환에 제대로 반응한다. 사람의 몸은 자연이다. 온몸의 감각세포가 반응한다. 역치(閾値)이다. 역치. 감각세포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에도 반응함을 뜻한다. 자잘 자잘 스며드는 계절의 변화와 기후의 변화라는 자극을 운명인 듯 수용한다. 역치 이상의 자극에도 자연스레 실무율(悉無律)을 발휘한다. 과학계에 평..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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