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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이태원 참사도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랄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도 인생무상 제행무상이랄 수 있을까? 조각 잠을 여럿 잤다. 차라리 일어나서 영화를 볼까 하는 심정이 눈을 뜰 때마다 있었다. 어느 조각 잠 끝에 핸드폰을 켰다. 뉴스 검색이 되었다. 이태원이 읽혔다. 이태원이라. 다시 잠들었다. 비몽사몽이었다. 눈에 들어온 글자들의 조합을 온전히 나의 뇌에 들어앉히지 못했다. 완전 독해가 되지 않았다. 문장 해석이 되지 못했다. 이게 뭐지? 최근 한양 땅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느 순간 떼창이라는 낱말을 읽은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떼창이라. 누구 콘서트가 대단했나? 문장을 읽던 와중에 도미노를 떠올렸던가. 그것은 뚜렷하지 않다. 새벽녘으로 나아가면서 내 의식은 제법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완전체의 문장을 읽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뉴스 하나를 모두 읽.. 더보기
돌아오는구나 돌아오는구나. 여행 이틀째 밤이었다. 저녁 시간이라고 해야 옳을까? 어수선했다. 계획에서부터 산만한 하루가 될 것이라는, 예정된 공간에 있던 날이었다. 예상과 달리 별 탈 없는 하루였다. 딱 한 건 발생했다. 즉발성 사건은 아니었다. 안고 있던 지병이 피로에 눌러앉아 나타난 경우였다. 경험한 일은 차라리 반가울 때가 있다. 지레짐작하여 떠올려보곤 하는 억측성 사고를 잠재운다. 더군다나 무난하게 해결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크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마무리를 야참으로 진행하였다. 불량한 소화기관을 지닌 나는 야참에서 몸을 빼냈다. 영혼은 공중에 떠돌게 하고 몸은 이곳저곳에 발걸음을 하던 차였다. 중간중간 낯익은 이들이 서성이면 안녕하다는 단문으로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였다. 저녁.. 더보기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자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자 요즈음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려와서 제대로 읽지 못했다. 반납했다. 아쉽기 그지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특히 벼르고 벼르던 책이었으므로 완독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좀처럼 이런 일은 있지 않았다. 세상에나, 한탄했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참 미련하다 싶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더라도 나의 심장을 쿵쿵대는 문장들과 만날 때의 짜릿함을 어찌 잊으랴. 각각의 장면들을 위해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여 드러내는 낱말들의 성실한 책무에 늘, 얼마나 감탄했던가. 오밀조밀 오묘한 조화의 문구들이 나열될 때 글을 읽고 깨닫고 동행하는 기쁨에 얼마나 고마웠던가. 글이 나를 살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글이 내 심장을 요동치게 하던 날들이 있었다. 글이 내 .. 더보기
그녀 1 그녀 1 전문직을 살고 있다. 죽음의 길까지 적정 단계의 생활을 적절하게 즐길 수 있다. 이른 출근을 위해 새벽을 바지런히 움직이려 든다. 아침마다 여섯 시 기상 알람에 눈을 뜬다. 눈뜨면 이불속에서 몇 분 혹은 몇십 분을 뭉그적거린다. 온전히 들어서지 못한 현실을 향해 영혼을 비비댄다. 이내 몇 초 후회의 한숨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다음 순서다. 그 몇 초 동안 자기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천만 번은 한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미래를 보장받았으므로 늘 망설인다.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반신욕을 하는데 자울자울 잠이 쏟아졌다. 오늘 아침은 8시가 다 되어 출근했다. 거리가 소곤거렸다. 사방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물체들이 있는 듯싶었다. 괜히 부끄러워졌다. 재빨리 걸었다. 뛰다시피 하였다. 사방이 낯설었다.. 더보기
내 늙은 여자는 1 내 늙은 여자의 하루 1 - '늙음'은 단지 '청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늙음'은 '영원한 청춘'일 수도 있다. 반짝거린다. 도톰한 윗입술 아래 아랫입술을 야보롯이(어떤 곳의 귀퉁이 혹은 어떤 곳 끄트머리에 위험하게 있을 때를 이르는 말로 내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어휘. 물론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슬픈~) 맞춘다. 윗입술 두께에 아랫입술이 묻힐까 걱정된다. 두 입술의 합은 그다지 어긋나지는 않는다. ‘뺑 돌아간다, 삼천 리. 왔다 갔다, 구천리.’ 어릴 적 듣던 말이 떠오른다. 이마이다. 여전히 툭 튀어나온 이마를 더듬는다. 이마 둘레의 2분은 1은 되겠구나 싶다. 최소의 입술 둘레길을 만든다. 합체된 두 입술을 쭉 내민다. 뻘쭘해진 것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 며칠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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