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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적절하다'를 갖춰 입자 '적절하다'를 갖춰 입자 조금은 얇지 않을까. 여름 끝자락에도 제 민얼굴 내놓기에 인색하던 양쪽 팔뚝이 마음에 걸렸다. 쌀쌀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기온의 아침이다. 양 팔뚝은 이 기세에 겁을 먹고 미리 숨을 죽이는 것이 아닐까. 그렇잖아도 좁은 어깨가 안으로만 꼬아 들어가면 지레 겁을 먹은 뇌도 안으로 기어들리라. 오늘 하루도 사고의 폭을 넓히지 못한 채 좁은 영역을 살게 되리라. 내 업에 영역이라야 빤한 일이지만 팔 길게 뻗어 하늘바라기 하는 운동에도 게으름을 피우리라 싶어 걱정되었다. 가슴 쭉 펴고 하루 온전히 살아야 할 텐데 이를 어쩌나. 씩씩하게 살자고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것인데 말이다. 공기 중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내 살과 근육이며 뼈까지 들썩이며 짜증을 부렸다. 아침 출근길 내내 주인에게 .. 더보기
유목을 위하여 2 유목을 위하여 2 어제 일기가 어디까지였을까. 아마 유목생활의 본론을 걷던 중 멈췄을 것이다. 비너스상은 구석기시대의 것이다. 이베리아 반도며 바이칼 호수까지. 청금석 라피스(?). 라피스라줄리(?). 어젯밤 일기에 탑승하지 못한 낱말들이다. 아마 유목민들의 이동에 따라 문명이 전달되고 문화가 전달되었다는 것에 대한 근거 자료들일 것이다. 조각 잠으로 산산조각이 난 어젯밤의 불면은 어제 일기에 마저 써넣으려던 내용들을 대부분 뇌의 밖으로 날려버렸다.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는 실크로드를 더 가보자. 중국 한의 무제가 장건을 서방에 보낸 것은 대월지(한대 중앙아시아 터키계가 살던 곳)에 군사적 동맹을 맺기 위해서였다. 그는 흉노족에게 잡혀서 심한 고생을 했다. 최첨단의 오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상황.. 더보기
유목을 위하여 1 유목을 위하여! 아침을 유목민들과 걸었다. 출근길 유튜브 강의는 실크로드에 관한 것이었다. '일당백'의 정박 선생님 강의였다. 듣고 또 듣는다. 나는 왜 이 강의를 여러 번 듣는가. 내 인생에서는 해내지 못할, 앞으로도 영원히 해낼 수 없는 길을 가는 사람들의 길이기 때문일까. 유목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생우유도 마시고 싶다. 유목의 대표 민족인 몽골의 집, 게르의 흰 천 지붕 위에 누워 시를 한 수 읊고도 싶다. 게르 출입구 왼쪽에 쪼그리고 앉아 뜻밖에 내리퍼붓는 초원 속 장대비도 맞아보고 싶다. '깐수'라는 이름을 지니신, 어느 날 간첩으로 판명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셨던 서남아시아와 이슬람 쪽 대학자이신 정수일 선생님도 등장하였다. 반가웠다. 그의 책은 냈다 하면 엄청나게 두.. 더보기
여름이여, 안녕! 여름이여, 안녕! 어젯밤 자정 무렵이었다. 아니 새로운 날이었던가. 사진이 필요해 베란다로 나갔다. 보름일까 벌써. 꽉 찬 달이 하늘에 둥실 두둥실 떠 있었다. 바깥으로 난 유리창을 연 순간 내게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힘을 깨닫게 한 것은 달이 아니었다. 달은 바람 다음이었다. 잠깐 자연과 소통하겠다는 내게 먼저 온 것은 사납고 드센 바람이었다. 전신을 휘어잡아 삼킬 듯, 바람은 배배 꼬아놓은 똬리를 풀어헤치면서 내게 덤볐다. 바람 똬리의 회전 수를 계산할 수 없었다. 문을 여는 것조차 힘들었다. '삐끗' 정도에서 문 열기를 멈췄다. 밤하늘을 향해 핸드폰을 든 손만 바깥바람 속에 투신하게 하였다. 필름에 사각 입체 한쪽이 보였다. '빼꼼' 눈을 더 열고 몇 센티미터 더 창을 움직였다. 달을 촬영하려던 .. 더보기
한글, 참 아름다운 나의 글자여 한글, 아름다운 나의 글자여! '아무스름하다.' 아니다. 아무스름하다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의 정신이 오늘 아침 처음 눈 떠 생각해낸 낱말이다. 내 시야에 포착된 오늘의 기에 알맞은 낱말을 붙인다고 떠올린 단어이다. 아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무'는 '그 어떠한 것도 아닌'이라는 뜻의 부정 대명사이다. '스름하다'는 '옅은 빛깔 혹은 비슷한 형상'을 의미한다. 형용사에 덧붙이는 접미사이다. 이도 저도 아닌 창작이다 싶어 '아무'를 검색한다. 부정 대명사 '아무'가 아닌 '스름하다'에 어울리는 의미의 '아무'를 찾았다. 아무(雅舞). 우아하고 바른 춤이며 문무와 무무를 모두 일컫는다. '문무'는 문관 복장의 궁중무이며 '무무'는 무관 복장의 궁중 아악무로 알고 있다. 얼마나 고상한 낱말이냐. 아무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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