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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내 죄를 사하여 주소서! 건물의 정면으로 내리는 장대비를 만나고 싶다. 나 비 내리는 건물 앞 중앙에 맨 몸으로 서서 내 지은 죄를 씻어내고 싶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세 시간에 걸쳐 봤다. 지루하기는 커녕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들이 '침묵' 쪽에 더 가까워서 나는 자꾸 그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싶어 바빴다. 혹 내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마음 조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무종교인 내가 시골 성당에 들르면 내뱉곤 하는 주기도문을 속삭였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천주교에서 세운 미션 스쿨을 다녔다. 그 학교는 전혀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 가끔 나는 주기도문을 '예서'로 쓰곤 한다. 더보기
물로 목을 달래기 물로 목을 달래기! 월요일에는 거침없이 야무지게 걸어서 출근을 해야 한다. 종일 물을 마신다. 아마 2천 혹은 3천 리터쯤 마셨을 게다. (3천은 너무했나?)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 열심히 마신다. 단순히 목이 아파서이다. 목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열기를 빼야 한다. 다행이다. 코로나19는 아니다. 열은 없다. 일주일 내내 낮 동안 끊임없이 해댄 말. 그게 원인이다. 어서 목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되겠다. 하긴 평생 이 모양인데 쉽게 고쳐지랴마는. 이번을 기회 삼아 꼭 고쳐야 되겠다. 성대가 상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 뭐가 있을까? 더보기
바보 바보 바보~ 나는 바보다. 나는 어리석다. 늘 말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 낮 동안의 나. 일주일을 열심히, 너무 열심히 살았던가. 어제 오후, 외투도 없이, 나, 실내온도의 체감에 의지하여 실외를 살았다네. 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아하, 이 험한 '코로나'의 시대에 기온을 쌩 무시하고 살면 아니 되느니라 싶어, 내사람들을 데리고 실내로 컴백! 때는 이미 늦었고 내 목은 움츠러들었고 내 목소리는 블랙홀에 잠겼고 '불금'이라는 다행스러움에 의지하여 귀가! 바보. 그렇다, 몸이 상쾌하지 못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어서 곱게 저녁 먹고 씻고 자야 하는데~ 세상에나, 도톰한 돼지고기 전지살이 저녁 메뉴였다네. 나 그만 강력하게 제 기운을 발산하는 소주 두 잔(그것도 음료수 컵 반 정도를 기준으로)을 쳐마셨다네. 너무 반가워 씹는 .. 더보기
왔어요, 왔어요. 애플 아이패드가 왔어요. 내 돈 내 산으로 큰맘 먹고 '애플 아이패드'를 주문했는데~ 떠 억 하니 도착해 있는 박스는 엄청 큰 것 한 개와 작은 것 한 개. '뭔 아이패드가 저리 클거나. 혹시 컴퓨터 하드 아닌감? 잘못 시킨 건가?' 혹 잘못 주문했나 싶어 식칼 아닌 연필 깎는 면도칼을 들고 박스 앞으로 떠억 앉았더니 "칼을 사용하지 마시오." "엥? 왜?" 그때부터 가슴 두근두근. 대체 뭐가 들었길래 칼 사용을 말라하지 얌전히 칼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박스 작은 것을 풀었더니 연필 모양이 그려진 귀요이 박스 둘이서 패드 모양의 사각형 검은 것과 함께 박스 깊이 앉아 있는데 이건 분명 '펜'이었는데~ 사각형은 패드 같았고 사방이 뾱뾱이! 실제 내용물의 다섯 배는, 아니 열 배는 되는~ 큰 박스 펜과 작은 박스 펜을 국보 만지듯 한.. 더보기
아주 진하게 일을 하다 밤 8시 넘어 퇴근하다. 일이 몽땅 쌓여 있었다. 엉덩이를 차분하게 의자에 앉혀 쉴 수 있는 시간이 단 1초도 없었다. 커피 한 잔 숨 고르면서 마실 시간도 없었다. 아하, 그러나, 그 와중에 내사람들과 한 판 가볍게 뛰었구나. 그 시간이 있었구나. 그래, 내 오늘을 살아낼 수 있었구나. 비가 내렸다. 봄비~ 내 일터 앞마당에 피어있는 보랏빛 팬지 위에 내려앉은 봄비 방울방울이 얼마나 곱던지~ 어느 가수가 불렀던가 봄비이이이이이이~ 듣고 싶은 저녁이다. 어서 씻어야 되는데 우선 저녁을 좀 가볍게 먹자 싶었다. 반신욕을 할 것인가를 잠깐 고민을 좀 해 보자. 우유 한 컵을 덥혀서 싸디 싼 꿀 한 스푼을 탔다. 밤호박을 쪄 얼려놓았던 것을 녹여 따뜻한 우유 한 잔에 먹는 것으로 저녁 식사를 치렀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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